“현대를 사는 신앙인이라면 과학을 알아야”

◇ 『큐티한 과학』 임준섭 목사
◇ 『큐티한 과학』 임준섭 목사

 

   과학자의 길을 걷다, 소명을 받아 목회자가 된 샬러츠빌 블루진 한인교회 임준섭 목사는 서울시립대학교에서 생명과학을 전공하고, 서울대학교에서 생물교육과 분자생물학으로 교육학 석사와 이학 박사를 취득했다. 이후 미국으로 넘어가 버지니아대학교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지내던 중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그 길로 귀국해 총신대학교에서 조직신학으로 목회학 석사를, 기독교교육으로 철학 박사를 취득했다.

   다음 세대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교회뿐만 아니라 여러 교육 현장에서 열정적으로 헌신하고 있는 임 목사를 온라인으로 만나 최근 출간한 다음 세대를 향한 고민과 애틋한 마음을 담아, 오직 ‘과학하는 목사님’만이 들려줄 수 있는 하나님의 이야기를 알차게 담은 『큐티한 과학』을 중심으로 이야기 나누었다.

 

   생물교육과 분자 생물학을 전공했는데, 목회자의 길로 가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제가 목회자가 된 이후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인데요. 분명한 것은 목회하기 위해서 과학자의 길을 접었었던 바로 그 순간 직전까지는 목회자가 되려고 원한 적도, 계획했던 적도 없었다는 겁니다. 과거의 저는 목회자는 믿음의 오랜 전통이 있는 사람 중에, 하나님께서 특별하게 부르신, 아주 대단한(?) 그런 분들이 하는 것이라 생각했죠. 또 저는 믿음의 불모지 가정에서 중학교 3학년 때, 처음 혼자 교회를 다니게 되었는데요, 당시 목회자는 저에게 감히 쳐다보기도 어려운 ‘너무 먼 당신’과 같은 존재였지요. 그런 제가 목회자가 된 결정적인 계기는 미국에서 포스닥으로 지낼 때였는데요. 처음 경험한 장년 성도님들과의 교제가 계기였습니다. 제가 교회를 다녀도 거의 또래 청년들이나 더 어린 청소년들과 주로 지냈기 때문에 장년층 성도님들과 신앙적으로 교제한 경험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평신도 교사 또는 간사로서 청소년, 청년들을 섬겼던 가장 큰 이유가 그들의 영혼에 대한 긍휼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죠. 특히 제가 당시 만났던 분들이 주로 대학교수나 의사 등 소위 사회에서 성공한 사람이고, 지도자층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들의 삶이 너무도 공허한 거예요. 그리고 그들의 영혼에 대해서 이전에 청소년, 청년들에게 느껴졌던 긍휼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 긍휼함의 이유를 묻는 저에게 예루살렘에 들어가시며 그 성을 보시고 흘리셨던 예수님의 눈물(눅19:41)과 함께 마태복음 23장 37절의 말씀을 주셨습니다. 거기에 더해서, 제 신앙 멘토이신 목사님과 무엇보다 아내의 전폭적인 지지가 목회자가 되기로 결심하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나중에 신학을 공부하면서 알게 된 것인데, 제가 겪은 그 내용들이 소위 말하는 목회자의 내적/외적 소명이더군요.

 

   이번에 발간한 『큐티한 과학』 책은 어떤 계기로 쓰시게 되셨나요?

   저는 특히 분자생물학을 전공해서 과학자로 지내던 중 목회자로 부름을 받았습니다. 이런 저의 이력을 눈여겨보셨던 신대원의 교수님 한 분이 관련된 책을 써보라고 처음 권하셨습니다. 지금은 은퇴하신 최홍석 교수님이라는 분이십니다. 총신 신대원을 나오신 목회자분들에게는 교수님이나 신학자이기 전에 한 사람의 신앙인으로서 본이 되는 삶을 사신 분입니다. 그냥 저희 사이에서는 ‘성자’라고 불리는 분인데요. 하여간 제가 교수님 은퇴하시기 전 마지막 두 학기에 그분 수업을 모두 들었습니다. 수업뿐만 아니라 몇 차례 개인적인 교제도 나눴었지요. 그 과정에 교수님께서 저의 이력은 물론 제가 당시 가졌던 여러 신학적/신앙적 고민에 대해서 잘 이해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제게 과학과 신학을 아우르는 책을 써보면 어떻겠냐는 권면을 하셨고, 그 이후 조금씩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 『큐티한 과학』 / 생명의말씀사 / 15,000원
◇ 『큐티한 과학』 / 생명의말씀사 / 15,000원

 

   특별히 청소년을 대상으로 쓰신 이유가 있나요?

   제가 청소년, 청년들과 함께 한 시간이 많았습니다. 대학에 입학한 후에 처음 중등부 교사로 섬기기 시작해서, 평신도로 약 20년, 그리고 이후 목회자로 대략 10년, 그러니까 거의 30년 가까이 청소년, 청년들과 함께했습니다. 그런 경험치에서 청소년들에 대한 이해, 그리고 관심이 커졌다고 해야 할 것 같네요. 그리고 일반적으로 청소년, 청년들은 지적인 호기심과 열정이 매우 강해지는 시기입니다. 하나님에 대한 신앙적 경험보다는 지적인 이해가 더 앞서는 시기지요. 균형이 필요한데, 사실 그 시기에 받아 들이는 대부분의 정보는 세상적인 것들입니다. 쉽게 말해서, 과학적인 정보는 쏟아져 들어오는데, 그 정보들을 성경적인 거름망을 통해서 비판적으로 균형 있게 받아들일 수 있는 좋은 자료들은 많지 않은 것이지요. 이 책이 그런 역할을 해 주길 바랐습니다. 또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런 지적 호기심은 청소년이나 청년 시기에 강해지는 것이지, 그 이후 세대에게 없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오히려 더 크다고 할 수도 있지요. 사실 목회를 시작한 후에는 물리적인 청소년, 청년뿐만 아니라, 그 이상 연령층인 장, 노년 분들도 모두 청소년, 청년과 같다는 목회적 마음이 강하게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단순히 청소년들만을 위한 것은 아닙니다.

 

   과학과 성경을 접목하는 것은 민감한 주제일 수도 있습니다. 신앙인이 과학을 알아야 할까요?

   이 부분은 책의 서문에서도 간단히 밝혔는데요. 우선 당연히 신앙인도 과학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개인의 상황에 따라서 넓이와 깊이는 다를지라도, 현대를 사는 신앙인들이라면 어느 정도는 필요합니다. 지식적으로 깊이 과학을 알 필요는 물론 없습니다. 그러나 과학이라는 학문이 가진 기본적인 속성과 가치, 한계를 제대로 아는 것은 꼭 필요합니다. 특히 성경적인 관점에서 과학과 그 과학이 대상으로 하는 자연에 대한 바른 이해는 누구에게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대 사회에서 과학은 잘 드러나지 않지만, 종교의 역할까지 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우상화되고 있다는 것이지요. 그것을 다른 표현으로 과학주의라고 합니다. 책에서도 밝힌 대로, 과학주의는 기독교에는 물론 과학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줍니다. 과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가진 중요한 속성이 ‘객관성’인데, 과학주의는 과학의 객관성에 심각한 영향을 줍니다. 당연히 과학에 대한 잘못된 이해는 신앙인의 신앙에도 악영향을 줍니다. 예전에 신앙을 가진 어떤 과학 전공자가 ‘성경과 과학은 절대로 충돌하지 않는다. 충돌하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을 뿐이다’라고 하시더군요. 여기까지는 그래도 동의가 되는데, 그다음 말이 충격적이었습니다. ‘만약 성경과 과학이 충돌하는 것처럼 보인다면, 과학이 말하는 것을 옳다고 생각하면 된다’라는 말이었습니다. 다분히 과학주의적 태도이지만, 일반적인 신앙인들은 그런 것을 구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책에서 과학주의는 기독교에 몹시 위험한 사상이라고 하셨습니다. 종교적인 가치와 신념을 존중하면서도 과학의 중요성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어려운 질문인데요. 세 가지를 압축해서 답을 드리면 좋겠습니다. 첫째, 과학주의가 정확히 무엇인지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기에는 당연히 과학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과학주의는 유사 과학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과학을 잘 알아야, 과학주의도 구별할 수 있습니다. 하여간 이 때문에 과학주의는 기독교에만 위험한 사상이 아니라 과학에도 위험합니다. 둘째, 따라서 과학을 너무 무시하는 태도도 좋지 않습니다. 실천적으로도 우리는 이미 과학과 그 과학에 근거한 기술의 산물들을 떠나서 살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도 안 되고요. 하나님은 세상 속의 그리스도인을 원하시지, 무인도나 외딴 산속에 혼자 사는 그리스도인을 원하지 않으십니다(마 28:19; 행 1:8). 지금 시대 사람들에게 과학은 종교만큼이나, 혹은 그 이상의 영향을 주기 때문에, 과학이 정확히 무엇이고, 그 한계가 무엇인지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셋째, 너무 당연하지만, 하나님에 대해서, 그리고 그 하나님이 누구신지를 알 수 있는 성경을 잘 아는 것에 대해서도 소홀해서는 안 됩니다. 많은 기독교인이 교회는 다니고 예배는 드리지만, 하나님의 말씀에는 관심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삶이 분주해지고 척박해질수록 신앙을 감정적이고, 기복적으로 하기 쉽습니다. 그래서 사실 단순히 성경을 읽는 것에서 멈춰서는 안 됩니다. 잘 배우고, 익힌 후에 그 말씀을 내 삶의 자리로까지 끌어와 묵상하여 적용하는 것이 꼭 필요합니다. 제 책과 같은 개념의 성경묵상집을 기획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마지막으로,이 책이 어떻게 활용되기를 원하시나요? 향후 계획도 궁금합니다.

   우선 이 책은 말 그대로 성경 말씀을 과학에서 배우는 내용과 연관 지어서 묵상하는 큐티 책입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위해서 성경의 말씀과 함께 자연 만물도 선물로 주셨습니다. 어느 것 하나 놓쳐서는 안 되는 ‘균형 잡힌 하나님의 은혜’이지요. 성경 말씀, 즉 특별계시만을 다룬 큐티 책은 시중에 더 있지만, 과학, 즉 일반 계시까지 함께 다룬 그런 책은 없는 것 같습니다. 다뤄지는 모든 과학 내용을 일부러 우리 친구들의 중, 고등 과학 교육과정과 연계를 지었는데요. 책 한 권이지만, 조금이라도 더 우리 친구들에게 친숙한, 그리고 유익한 책이 되었으면 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을 읽는 모든 청소년 친구, 그리고 여러 성도님이 그런 선물과 같은 하나님의 은혜를 누렸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책의 구성을 40일로 맞추었는데, 청소년들 방학 기간과 적절히 맞을 것 같습니다. 교회나 기독교 학교 등 여러 청소년 관련 단체에서 방학에 맞추어 특별 프로그램이나 제자훈련 등에 활용할 수 있을 텐데요. 청소년 사역이 많이들 어렵다고 합니다. 어려운 사역 현장에 계신 목회자와 교사분들, 그리고 부모님들께도 좋은 신앙교육자료로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향후 계획은, 지금은 교회를 개척해서 담임하고 있어, 우선 하나님께서 맡겨주신 샬러츠빌 블루진 한인교회(BLOO-gene Korean church in Charlottesville)를 잘 섬기는 것이 될 겁니다. 미국의 작은 대학 도시여서 한인들이 많지는 않지만, 맡겨주신 한 영혼 한 영혼을 처음 목회자로 부르실 때 주신 그 긍휼함으로 잘 섬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책도 몇 가지 계속해서 쓰고 있는데, 지금 출판한 『큐티한 과학』에 이어서 청년과 일반 성도분들을 위한 성경묵상집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중고등학교 과정의 과학 내용이 아닌, 현대 주요 과학기술에 관련된 내용과 성경의 가장 기본적인 교리 내용을 접목한 책인데, 잘 준비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미국 버지니아주 샬러츠빌 블루진 한인교회.
◇ 미국 버지니아주 샬러츠빌 블루진 한인교회에서 설교하는 임준섭 목사.
◇ 미국 버지니아주 샬러츠빌 블루진 한인교회에서 설교하는 임준섭 목사.

 

저작권자 © 주간기독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