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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두 달 전 대사 임명 관련해 일련의 불편한 이슈가 일어나기 전까지 ‘호주(Commonwealth of Australia)’는 우리나라와 연관 검색어로 다루어지는 사례가 그다지 많지 않았던 나라 중 하나다. 그저 ‘호주’ 하면 대체로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혹은 캥거루를 연상하는 정도였다. 21세기 들어서면서는, 아시안게임에서 마주치는 백인 스포츠팀을 떠올리는 이들도 있다. 그런데 호주의 정치 시스템 중에 흥미로운 것이 하나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투표의무제다. 호주에서는 정당한 사유 없이 선거일에 투표하지 않으면 벌금을 부과
한나 아렌트 다정한 정치이론
이인미 성공회대학교 신학연구원 연구교수
2024.04.22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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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동인가? 혁명입니다! 삼일절이 지났다. 1919년 3월 1일에 서울 종로 파고다공원에서 시작되어, 한반도는 물론이거니와 위로는 만주, 아래로는 제주까지 들불 번지듯 번져나갔던 ‘그 사건’을 기념하는 날이 삼일절이다. 그런데 그 사건을 두고 일본인과 친일파는 ‘폭동, 폭거, 내란’ 등의 이름으로 호명했다. 반면, 그 사건에 대해 수십 년간 상하이 임시정부가 꾸준히 사용한 공식명칭은 ‘삼일(3·1)대혁명’이었다. 일제시대 독립운동가와 한국인 대다수가 그 사건을 서슴지 않고 ‘삼일대혁명’으로 지칭하는 시대 정서를 그대로 따랐던 것이다.
한나 아렌트 다정한 정치이론
이인미 성공회대학교 신학연구원 연구교수
2024.04.02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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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가 반드시 사과에서 시작되는 건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제75회 프랑스 칸 영화제 때 이른바 ‘아이유 어깨빵’ 사건이 일어났었다. 프랑스 뷰티 인플루언서 ‘마리아 트래블(Maria Travel)’이라는 여성이 레드카펫 행사 때 아이유의 어깨를 밀치고 지나가는 장면이 발단이 되었다. 이 사건은 인종차별 논란으로까지 번질 조짐을 보였는데, 트래블은 인스타그램에 꽤 신속히 사과 메시지를 올렸다. 그리고 명색이 뷰티 인플루언서답게 아이유에게 “사과의 의미로 메이크업을 해드리겠다”라고 제안했다. 곧바로 아이유 팬들에게서 부정적
한나 아렌트 다정한 정치이론
이인미 성공회대학교 신학연구원 연구교수
2024.03.11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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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쥐 일곱 마리의 코끼리 연구 이야기 한 토막 들려드리겠다. 머릿속에서만 개설·진행되는 ‘사고실험(Thought Experiment)’의 일종이다. 눈먼 쥐 일곱 마리가 있다. 이들은 코끼리 연구를 위해 지금 막 회의를 시작한 참이다. 이 회의가 열리기 전에 눈먼 쥐 일곱 마리는 저마다 코끼리의 몸에 기어 올라가 촉각을 통해 코끼리가 어떻게 생겼는지 조사했다. 빨강 쥐가 “코끼리는 날카로운 창과 같습니다”라고 의견을 내자, 노랑 쥐가 벌떡 일어나 “당신을 틀렸습니다. 코끼리는 펄럭거리는 두꺼운 깃발과 같거든요”라고 반박했다. 그
한나 아렌트 다정한 정치이론
이인미 성공회대학교 신학연구원 연구교수
2024.02.27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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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공개한다: “푸바오야,행복해야 돼” 푸바오는 에버랜드에서 태어난 자이언트 판다의 이름이다. 푸바오는 유명하다. 푸바오를 구경하러 에버랜드를 찾는 사람들도 많지만, 유튜브(뿌빠TV)를 통해 푸바오를 시청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푸바오 영상에서 대부분의 경우 푸바오는 인간처럼 묘사된다. 두 사육사는 푸바오에겐 ‘할부지(할아버지),’ 푸바오의 부모에겐 ‘아부지(아버지)’다. 그리고 푸바오 사육에 직접 관여하지는 않지만 푸바오 에버랜드 관람객들과 푸바오 영상 열혈 시청자들은 일괄로 이모·삼촌으로 통칭된다. 졸지에 푸바오를 중심에
한나 아렌트 다정한 정치이론
이인미 성공회대학교 신학연구원 연구교수
2024.02.05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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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도록 우스운 노동 찰리 채플린(Charlie Chaplin)의 걸작 영화 《모던 타임즈(Modern Times)》의 앞부분은 가난한 노동자 ‘떠돌이(the Tramp)’가 공장에서 좌충우돌 노동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큰 웃음을 유발한다. 작업대(컨베이어 벨트)가 쉴 새 없이 빠르게 회전하는 공장에서 떠돌이가 단순노동을 감당하는 동안 겪는 예기치 못한 여러 사건사고에서 웃음이 터진다. 작업대의 속도를 잘 따라잡지 못하는 떠돌이의 어설픈 행동이 우습다. 할당된 작업에서 실수를 거듭하는 떠돌이의 노동이 우습다. 떠돌이는 작업대에 실
한나 아렌트 다정한 정치이론
이인미 성공회대학교 신학연구원 연구교수
2024.01.22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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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과 제자의 다정한 대화 1955년 아렌트는 책 한 권 분량의 원고를 탈고한 직후, 원고 제목을 ‘세계사랑(아모르 문디, Amor Mundi, Love of the World)’으로 붙인 다음 꽤나 의기양양해져서, 박사학위 지도교수 카를 야스퍼스(Karl Jaspers)에게 편지를 썼다(편지 번호 169). 제자의 편지를 받은 야스퍼스는 의기양양한 제자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읽어주며 “좋은 제목이군요”라고 호응했다(편지 번호 170). 첫 번째 정치이론서를 집필한 아렌트도, 아렌트의 지도교수 야스퍼스도 책 제목으로 ‘세계사랑’이라
한나 아렌트 다정한 정치이론
이인미 성공회대학교 신학연구원 연구교수
2024.01.04 1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