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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도 피어나는 꽃이 있습니다. 비파나무, 동백, 수선화 같은 꽃들입니다. 겨울이 지나고 가장 먼저 피어나는 꽃은 ‘올괴불나무 꽃’입니다. 얇은 가지에 폭죽이 터지듯 하나 둘 피어나기 시작하면, 어김없이 꽃샘추위가 오고 눈이 내립니다. 꽃은 얼어터지고, 그냥 그렇게 추위에 꽃은 끝장난 듯이 보입니다. 그러나 하루 이틀만 따스하면 또 꽃이 피어납니다. 이렇게 하기를 고사리가 올라오는 4월까지 반복하고 이파리를 냅니다. 그래서 저는 올괴불나무를 보면서 ‘선구자’를 떠올립니다. 봄을 여는 올괴불나무 꽃처럼, 나도 선구자처럼 살아가길 바
들꽃에 깃든 말씀
사진 글·김민수 목사 / 한남교회
2021.12.20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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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남도에서는 한 겨울에도 심심치 않게 꽃을 만날 수 있습니다.그 중에 보랏빛 꽃을 피우는 ‘광대나물꽃’이 있습니다.얼핏 보면 어릿광대가 분장한 것처럼 보여서 ‘광대나물’이라는 이름을 얻었나봅니다.그런데 또 재미있는 이름이 있습니다.‘코딱지꽃’입니다.저렇게 예쁜 코딱지가 있나 의구심은 들지만, 꽃이 작아 콧구멍에도 들어갈 듯합니다.봄에는 연한 순을 뜯어 나물로도 먹습니다.그러나 거의 잡초 취급을 당하기 때문에 꽃이 필 무렵 군락지에 서면, 보랏빛 파도가 일렁이는 듯한 착각을 할 정도로 장관을 이룹니다.코딱지처
들꽃에 깃든 말씀
사진 글·김민수 목사 / 한남교회
2021.12.14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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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한 해의 마지막 꽃들이 피어나는 계절입니다.물론, 한 겨울에 피어나는 비파와 동백 같은 꽃들이 있긴 합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이른 봄부터 피어나는 꽃이 시작이라면, 서리가 내리거나 조금 이른 첫 눈이 내리는 시기에 피어나는 꽃을 마지막이라고 해도 되겠죠.가을꽃들 중에는 ‘국화과’의 꽃이 많습니다. 국화과 꽃들의 특징은 꽃 중심부에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꽃을 피운다는 것입니다.사실, 사람들은 참꽃보다는 헛꽃을 보고 예쁘다고 하는 것이지요. 가을 꽃 중 구절초를 빼놓을 수 없는데, 조금 늦게 피어나는 구절초는 첫 눈이 내릴
들꽃에 깃든 말씀
사진 글·김민수 목사 / 한남교회
2021.12.02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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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피어나는 국화과의 꽃 중에 노란 빛으로 피어나는 감국과 산국이 있습니다.감국(甘菊)은 이름 그대로 ‘단 맛’을 품고 있어서 향기에서 단맛이 나고, 산국(山菊)은 감국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쓴맛이 납니다. 하여, 감국은 꽃을 잘 덖어서 차(茶)를 만들면, 노란 빛이 은은한 향기 좋은 차가 되지만,모양은 비슷하지만 쓴맛을 내는 산국은 차로 마실 수 없을 정도로 씁니다.어느 것이 더 좋다고는 할 수 없을 것입니다.산국과 감국은 어지간한 식물에 대한 전문가들도 구분해 내기 쉽지 않습니다.진짜 신앙과 가짜 신앙을 구분해 내는 것도 그렇
들꽃에 깃든 말씀
사진 글·김민수 목사 / 한남교회
2021.11.24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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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이 몰아치는 해안가만으로도 모자라서,흙도 없는 갯바위 틈에 뿌리를 내리고 피어나는 꽃이 있습니다.국화과의 꽃 ‘해국海菊’이 그 주인공입니다.바닷물과 감물(간조 때의 물)과 타는 목마름 끝에 피어나는 꽃이라서귀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 향기는 더욱 진하게 느껴지는 꽃입니다.단지 느낌으로만이 아니라 실재로 향기가 진합니다.온갖 풍상을 다 견디며 피어나지만, 이파리를 만져보면 참으로 부드럽습니다.갯바위에 피었어도 그의 마음은 부드럽고 넉넉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합니다.바다도 품고 하늘도 품고 피어나는 꽃은 우리에게넓은 마음을 품고
들꽃에 깃든 말씀
사진 글·김민수 목사 / 한남교회
2021.11.17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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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지나 논두렁에서 많이 자라는 미꾸리낚시 꽃은 아주 작습니다.작다는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옹기종기 모여 피어나 곤충들을 유인합니다. 작은 꽃들이 피었지만, 얼핏 보면 너무 작아서 피어있는지 알 수도 없습니다.정확하게 말하자면, 피어난 꽃을 볼 마음을 먹고 세세하게 살펴야 겨우 핀 꽃이 보입니다. 이 꽃을 꺾어 미꾸리(미꾸라지)가 있는 곳에 담그면, 미꾸리가 “흡!”하고 빨아들일 것도 같긴 합니다. 그 순간에 낚아채면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요.이 꽃으로 미꾸리를 낚시할 수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사실은 가느다란 줄기에 갈
들꽃에 깃든 말씀
사진 글·김민수 목사 / 한남교회
2021.10.20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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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피어나는 국화과의 꽃 중에서 으뜸은 보랏빛 쑥부쟁이였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보랏빛 쑥부쟁이보다도 하얀색 미국쑥부쟁이가 여기저기 더 많이 보입니다. 보랏빛 토종 쑥부쟁이보다 작은 꽃을 피우지만, 토종 쑥부쟁이와의 영역 다툼을 한 결과 미국쑥부쟁이가 우세 종이 된 것 같습니다. 이름으로 보아 미국에서 수입된 곡물에 씨앗이 섞여 들어와서 퍼졌을 것입니다. 그들의 존재를 처음 안 것은 십여 년 전이었고, 그때만 해도 그렇게 많지는 않았습니다. 묘한 반감에 뽑아버리기도 했지요. 그러나 결국 그들은 이 땅에 정착하는 데 성공을 했고,
들꽃에 깃든 말씀
사진 글·김민수 목사 / 한남교회
2021.10.15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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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익은 꼬투리를 건들면 꼬투리가 ‘탁!’하고 뒤틀리면서 작은 씨앗이 사방으로 튑니다. 그러면 그 작은 씨앗들이 저 홀로 긴 겨울을 보냅니다.겨울이 끝나고 봄이 오면, 습기 많은 곳에 자리를 잡고 싹을 틔우고, 천천히 여름의 햇살을 온몸에 담아, 가을에 꽃을 피우는 것입니다. 눈에 잘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작은 씨앗들인데,자연의 순리를 거스르지 않고 자기의 때를 따라 피어납니다.“나를 건드리지 마세요!” 쌀쌀 맞은 듯하지만,‘나 혼자서도 창세 전에 하나님께서 주신 귀한 뜻을 잘 피워낼 수 있으니, 그냥 바라만 보세요’하는 듯합니다.
들꽃에 깃든 말씀
사진 글·김민수 목사 / 한남교회
2021.10.06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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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라는 이름이 붙은 식물의 이야기들은 슬픈 전설이 많습니다.고부갈등 때문에 많은 며느리가 힘겨운 삶을 살았던 우리네 역사와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왜 이런지 분석하여 보니, 심리적으로 아들을 며느리에게 빼앗긴 것 같아서 며느리에 대한 일종의 질투가 생긴다는 것입니다. 전적으로 맞는 말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며느리밥풀꽃의 꽃말이 ‘질투’인 것을 보면 다 틀린 말도 아닐 것입니다.며느리도 자식입니다. 며느리를 구박하시는 시어머니도 언젠가는 며느리였을 것입니다. 자식이 자신이 못 이룬 꿈을 이루는 도구가 아니듯, 며느리도 시어
들꽃에 깃든 말씀
사진 글·김민수 목사 / 한남교회
2021.09.27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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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배꼽이 익어 가면 완연한 가을입니다. 때가 되면 익는 것이 자연의 이치인데, 사람들은 익어야 할 때가 되어도 익질 않습니다. 이런 사람을 가리켜 철없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철 따라 익어 가고 싶은데, 철 따라 살아가고 싶은데 세상 때문에 그렇지 못한 것 같으신가요? 만일, 그런 생각이 드신다면, 아직 덜 익었기 때문입니다. 조금만 더 참고 인내하면, 온전히 익는 그 순간이 있을 것입니다. 어쩌면 오늘은 마지막 남은 ‘조금만’의 시간일지도 모릅니다. 임계점의 시간이 오늘인지도 모릅니다. 어떤 상황 속에서도 절망하지 말고 힘을 내
들꽃에 깃든 말씀
사진 글·김민수 목사 / 한남교회
2021.09.22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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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나물 중에서 으뜸으로 치는 ‘참취’는 이른 봄이면, 겨우내 추위를 이겨내고 어렵사리 내어놓은 새순은 나물하시는 분들의 손에 꺾이곤 합니다. 그렇게 그들의 인생은 끝날까요? 아닙니다. 꺾인 줄기에서 두 줄기의 줄기가 자라나고, 이내 가을이 오면 하얀 꽃을 소담스럽게 피워내고 가을바람에 한들거립니다. 참취를 보면서 참취맛과 같은 인생의 쌉쓰름한 맛을 느낍니다. 그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아파하면서도 기어이 살아내는 것이 인생이다”. 살다보면 고통을 당할 때가 있지만, 굴복하지 않으면 풍성한 삶을 살아가는 약이 됩니다.
들꽃에 깃든 말씀
사진 글·김민수 목사 / 한남교회
2021.09.08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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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이슬방울이 톱풀의 연보라색 꽃잎에 맺혔습니다. 톱풀은 이파리가 톱니 모양을 하고 있어서 붙은 이름인데, 꽃은 하얀색부터 보라색까지 다양합니다. 작은 톱풀꽃이 옹기종기 모여 피어있는 모습도 예쁘지만, 때론 이슬방울과 어우러져 톱풀인지 이슬인지, 누가 주인공인지 알 수 없는 순간의 아름다움도 있습니다. 작은 이슬방울을 달고 있는 자연을 보면, 더불어 더욱 아름다운 삶을 봅니다. 누가 주인공이 되어도 상관없습니다. 이슬은 작아서 아름답습니다. 이슬은 동글동글 모나지 않습니다. 이슬은 더불어 사는 존재의 빛깔을 품어 아름답게 만들어
들꽃에 깃든 말씀
사진 글·김민수 목사 / 한남교회
2021.09.01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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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이슬은 숲속 그늘진 곳에 피어나는 아주 작은 꽃입니다. ‘이슬방울’처럼 작은 꽃인데, 특이하게 꽃받침 아래 동그란 모양으로 털을 송송 달고 있어서 ‘털이슬’이라는 이름을 얻었습니다. 언제보아도 아름답지만, 이 꽃의 진면목은 아침이슬과 어우러진 모습일 것입니다.‘입니다’가 아니고 ‘일 것입니다’라고 한 이유는,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기 때문입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요. 꽃이 피는 시기도 맞아야 하고, 이슬이 맺힌 시간대에 그곳에 있어야 하고, 그곳에 있을 시간도 있어야 하고…. 무슨 일이든 그렇습니다. 그러니 지금 만나고
들꽃에 깃든 말씀
사진 글•김민수 목사 / 한남교회
2021.08.25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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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펄에서 이토록 아름다운 연꽃이 핀다는 것은 신비입니다. 진흙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지만, 꽃에는 단 한 점의 흙탕물조차도 없습니다. 어리석은 사람들은 상황을 탓합니다. 그러나 지혜로운 사람들은 상황을 탓하지 않습니다. 실패했을 때에도 상황이 아니라 “내 탓이오!” 함으로써, 담담하게 실패를 받아들입니다. ‘받아들임’을 통해서 삶의 뿌리를 더욱 깊게 내리는 것입니다.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면서 뿌리를 더욱 깊게 내린다고 합니다. 가뭄에 시달리며 자란 나무들은 단단하고, 혹독한 추위를 견딘 나무들은 향이 깊다고 합니다. 상황이 좋다고
들꽃에 깃든 말씀
사진 글•김민수 목사 / 한남교회
2021.08.17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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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까치수영은 피어난 꽃보다 피어날 꽃 몽우리를 더 많이 달고 있는 줄기는 살포시 고개를 숙이고 있습니다. 이파리를 보면 ‘수영’이라는 식물과 비슷하니 이해가 가는데, ‘큰까치’는 어찌 이름에 붙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제 나름으로는 까치의 하얀 배를 연상시키기 때문이지 않을까 상상을 해봅니다. 어려서부터 나지막한 야산 풀섶에서 자주 보던 꽃입니다. 그래서 그리 낯설지 않은 꽃이었는데 언제부턴가 저에게 아주 특별한 꽃이 되었습니다. 6월 중순, 이맘때 강원도에 있는 할머니 산소에 갔는데 하얀 눈이 내린 듯 큰까치수영이 무덤가에 피었습
들꽃에 깃든 말씀
사진 글•김민수 목사 / 한남교회
2021.08.03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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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부채는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잎이 좌우로 편평하여 부챗살처럼 배열되어 있고, 꽃에 얼룩덜룩 범의 무늬가 있어 ‘범부채’입니다. 범부채의 꽃은 하늘을 향합니다. 그리하여 범부채는 이상(理想)을 추구하는 꽃처럼 보입니다. 만일, 사람이 그런 모양을 하고 누군가를 바라본다면 건방지다고 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자연의 속성이 ‘무위자연(無爲自然)’이니 ‘하늘을 우러러봄’을 연상한 것입니다. 하늘을 언제 바라보셨습니까? 땅의 일에만 온통 매몰되어 하늘 바라보기를 잊고 살아가고 있지는 않나요? 우리가 땅에 발을 딛고 사는 이유는, 하
들꽃에 깃든 말씀
사진 글•김민수 목사 / 한남교회
2021.07.28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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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서는 감자를 캐고 나면 밭에 나무를 꽂아 감자를 다 캔 밭이라는 표시를 합니다. 그러면, 누구나 표시해둔 밭에 들어가 미처 캐지 못한 감자를 캘 수 있습니다. 부지런하면 그것만으로도 짭짤한 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주인은 감자가 비쌀 때에도 알뜰히 캐는 법이 없습니다. 이런 것을 ‘이삭줍기’라고 하지요. 옛날부터 우리 민족은 곡식을 거둘 때에 모조리 거두지 않고, 이웃의 몫으로 남겨두는 좋은 풍습이 있었습니다. ‘까치밥’도 그중 하나입니다. 가난한 이웃들의 몫으로, 하늘을 나는 새들의 몫으로, 땅속에 사는 벌레와 들에 사는
들꽃에 깃든 말씀
사진 글•김민수 목사 / 한남교회
2021.07.21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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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마름은 환경부지정 멸종위기 2급 식물로 강화도와 태안의 군락지에서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그들의 천적은 농약과 화학약품입니다. 몇 년 전 강화도와 태안이 아닌 도심의 수변공원에서 그들을 만났습니다. 이듬해 가보니 단 한 개체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아마도 공원을 관리하는 분들이 심었던 그 해에만 자랐던 것 같습니다. 매화마름은 수질이나 환경의 ‘바로미터’가 되는 식물입니다. 그들이 피어있으면, 깨끗한 곳이라는 증거가 되는 것이지요. 신앙인들도 바로미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들이 있는 곳이 곧 하나님 나라이길 기
들꽃에 깃든 말씀
사진 글•김민수 목사 / 한남교회
2021.07.13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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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에 ‘개’자가 들어가면, 모양새는 비슷하나 그 쓰임새나 모양 등이 보통의 종에 비해 떨어진다고 합니다. 그러니 ‘개망초’는 ‘망초’와 비슷하기는 하나 조금 못하다는 뜻일 것입니다. 그런데 개망초에는 ‘망초’와는 개연성이 떨어지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개망초의 고향은 북아메리카입니다. 일제 강점기에 강제노역으로 철도를 건설할 때 침목에 그 씨가 묻어와서 철도 주변에 하얗게 피었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이 꽃을 보고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긴 설움을 담아 ‘망국초(亡國草)’라고 불렀답니다. 그런데 이것이 퍼지고 또 퍼지고, 번식력이 강해
들꽃에 깃든 말씀
사진 글•김민수 목사 / 한남교회
2021.07.08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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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은 미련한 사람이스스로 지혜롭다고 하는 사람보다낫다고 하는 반전을 선사합니다. (잠 26:12)차라리 미련한 사람이 낫다는 말은스스로 지혜롭다는 사람은결코 되지 말라는 말입니다.그렇다면 주님,차라리 미련한 사람이 되겠습니다.지혜 없는 제게주님이 지혜를 주세요.
들꽃에 깃든 말씀
이요셉
2021.07.08 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