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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금요일 저녁에 부고를 받고 마포구 망원동의 새민족교회에 갔다. 부고의 내용은 이랬다. [부고 訃告] 오늘 낮 3시경, 나사렛 예수께서 소천하셨습니다. 황망한 소식에 슬픔을 나누기 위해 새민족교회에 함께 모여 장례 예배를 드립니다. 도착해 보니 교회에 빈소가 차려져 있었다. 제단 앞에 커다란 관이 놓여 있고 그 뒤로 영정 사진과 십자가 그리고 꽃이 보였다. 옆에는 시편 구절이 새겨진 검은색 조기가 세워져 있고 제단 뒤 벽면에는 한지에 세로로 쓴 글귀가 만장처럼 걸려 있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노동자는 소모품이 아니다”, “
신한열 수사의 바람 바람 바람(Wind Spirit Hope)
신한열 떼제공동체 수사
2024.04.22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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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첫 목요일 저녁, 서울 중구청 앞 작은 광장. 꽃샘추위로 찬 바람이 부는 가운데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싱잉벨이 세 번 울리자 “싸우는 상가 세입자들과 함께하는 현장예배”가 시작되었다. ‘을지OB베어의 마지막 현장예배’였다. 을지로 노가리 골목의 원조 격인 ‘을지OB베어’는 40년 넘게 영업을 하면서 유명해진 맥줏집이다. 세월과 함께 골목은 ‘서울 미래유산’으로 지정되었고 이 일대는 서울의 명소가 되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을지 OB베어를 ‘백년가게’로 선정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어느 날 건물주는 임대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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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열 떼제공동체 수사
2024.04.02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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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5일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故 도여수(루츠 드레셔) 선교사 추모식이 거행되었다. 도 선교사는 독일 서남선교회의 파송을 받아 1987년부터 1995년까지 한국기독교장로회 선교동역자로 일했다. 한국에서 산 기간은 10년도 안 되었지만, 서울 외곽 가난한 마을의 민중교회에서 일했고 한국 사회에 깊이 녹아들었다. 독일로 돌아간 뒤에도 복음선교연대(EMS) 동아시아와 인도 담당 국장으로 오래 일하면서 한국과 긴밀한 관계를 이어갔다. 그를 아는 많은 친구들이 추모식장을 가득 메웠다. 참석자들은 한국말을 참 잘했고 때로는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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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열 떼제공동체 수사
2024.03.11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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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월 18일부터 25일까지는 ‘그리스도교 일치를 위한 기도주간’이다. 수십 년째 세계 곳곳에서 여러 교파의 그리스도인들이 모여 일치를 위한 기도를 드린다. 일치주간이 시작되는 1월 18일에 2024년 한국 그리스도인 일치기도회가 열렸다. 연초부터 여러 언론에 사전 보도가 있었지만, 포스터에 장소는 ‘추후 공지’로 나왔고 당일까지도 인터넷 검색으로 찾을 수가 없었다. 결국 나는 교회협의회로 전화를 해서 장소를 알아내고 성북구의 예닮교회로 갔다. 기도 시간에 맞추어 교회에 도착하니 입구 맞은편 길 건너에서 어른 7, 8명이 현수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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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열 떼제공동체 수사
2024.02.27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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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의 어머니 마리아에게 하느님을 잉태하신 분(테오토코스)이라는 칭호를 수여하는 것을 반대하고 그리스도의 어머니로 불러야 한다고 한 네스토리우스는 에페소 공의회(431)에서 파문당했다. 이후 네스토리우스 지지자들은 페르시아로 피신하여 교회를 세웠고 성실한 수도 생활과 열성적인 포교활동으로 인도, 티베트, 중국까지 그리스도교가 전파되었다. 최근에는 네스토리우스를 이단으로 여길 수 없다고 말하는 신학자들도 적지 않다. 그를 이단으로 만든 것에 신학적 종교적 이유보다 정치적 요인이 많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그리스도인들이 비복음적인 이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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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열 떼제공동체 수사
2024.02.05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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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 무렵에 중국에 다녀왔다. 4년 만이었다. 늘 붐비던 베이징 공항의 입국장과 출국장에는 외국인들이 너무 적어 금세 통과했다. 공항 면세점 가운데 반 이상이 문을 닫았다. 3년여의 팬데믹은 여러 가지를 바꾸어 놓았다. 경제 상황이 많이 나빠졌고 청년 실업률이 사상 최대가 되었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직장을 얻지 못해 긴 구직 생활을 하거나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람이 열 가운데 둘이다. 그래도 도시는 더 아름다워져 있다. 베이징의 구시가지에는 후통(胡同/골목길)이 더 잘 정비되었고 고풍의 진회색 벽돌집들이 곳곳에 새로 지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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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열 떼제공동체 수사
2024.01.22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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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을 1주일 앞둔 월요일, 가톨릭교회가 동성 커플을 축복해 줄 수 있다는 바티칸의 문서가 나왔다. 교회의 미사 같은 공식 전례 때가 아니어야 하고 ‘시민 결합’과 동시에 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로마는 이 결정을 내렸다. 프란치스코 교종(교황)이 승인한 이 지침은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언론은 가톨릭교회가 성소수자들에게 다가가는 것에 획기적인 진전을 이루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그런데 그보다 며칠 전, 한국에서는 성소수자들을 축복하고 그들을 환대하는 목회를 한다는 이유로 이동환 목사가 감리교 경기 연회에서 출교 처분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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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열 떼제공동체 수사
2024.01.04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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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 공동체의 원장 수사 취임식에 참석한 성공회 여성 주교 두 분이 눈길을 끌었다. 영국 레딩 교구의 올리비아 그레엄 주교와 허더스필드 교구의 스미타 프래스덤 주교가 그들이다. 이분들은 취임식에서 정교회, 가톨릭, 개신교 대표들과 함께 새 원장을 위해 기도했고, 토요일 저녁기도와 일요일 성찬식에서 복음을 낭독했다. 성공회는 세계적으로 가장 큰 그리스도교 교단 가운데 하나다. 개신교회지만 가톨릭과 유사점이 꽤 있어서 가톨릭과 개신교 중간쯤으로 여겨지기도 하고, 실제로 교회 일치를 위해 가톨릭과 다른 개신교회들 사이에 다리 역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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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열 떼제공동체 수사
2023.12.20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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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공동체의 원장이 바뀌었다. 창설자 로제 수사에 이어 2005년부터 공동체 안에서 ‘일치의 종’ 직무를 맡아오던 알로이스 수사가 그 자리에서 물러나고 마튜 수사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개혁교회 출신의 로제 수사와 가톨릭 가정에서 자란 알로이스 수사에 이어 3대 원장이 된 마튜 수사는 요크셔 출신의 영국 성공회 신자다. 한국과 방글라데시, 세네갈, 브라질, 쿠바 그리고 프랑스 파리 근교에 파견되어 살고 있는 수사들이 원장의 이취임에 즈음하여 모두 프랑스 떼제에 모였다. 이취임식을 앞두고 월요일 저녁부터 목요일 저녁까지 공동체 전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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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열 떼제공동체 수사
2023.12.13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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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한국의 많은 개신교 교단의 연례 총회가 열렸다. 한 주요 장로교단의 경우 1,500명의 대의원 가운데 여성은 41명으로 2.7퍼센트였다. 역대 가장 많은 수였지만 비율은 너무나 미미했다. 총회 전에 여성 총대들과 만난 자리에서 총회장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다 보면 언젠가 여성이 10퍼센트가 되는 날이 오지 않겠느냐”라는 말이 보도되었다. 이 교단과 함께 장자(長子) 교단임을 다투듯 내세우는 다른 교단의 총회에서는 설교의 권한을 가진 강도사 고시 응시 자격을 여성에게 주기로 했다가 이틀이 되지 않아 취소했다. 교단의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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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열 떼제공동체 수사
2023.12.06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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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영화 한 편은 영혼을 고양시킨다. 올해 ‘모두를 위한 기독교 영화제’에서 상영된 수산나 니키아렐리 감독의 《키아라(Chiara)》가 바로 그런 작품이다. 2022년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시그니스 상을 수상한 이 영화는 그리스도교 역사상 수도원 규칙을 쓴 첫 여성인 아씨시의 키아라(클라라) 이야기를 담았다. 8백 년 전 성 프란치스코의 제자이자 동료였던 그는 우리에게 무슨 얘기를 건네주는가? 50년 전에 거장 프랑코 제피렐리 감독은 《형님인 태양과 누님인 달(Brother Sun Sister Moon, 1972)》이란 영화에 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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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열 떼제공동체 수사
2023.11.22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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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두섭 목사는 동광원 벽제 분원에서 “보잘것없이 더덕더덕 기워낸 치마저고리에 검정 고무신을 신고 하루 종일 지게 지고 나무하고 땅을 파고 몸에서는 땀 냄새밖에 더 날 것 없는 수녀들을 볼 때 하늘 위의 향기를 느낀다”고 했다. 그는 수도 생활이 인간 최고의 미이며 수도원은 최고의 종교, 모든 종교인이 사모할 성화의 미, 완덕의 미라고까지 말했다(『수도생활의 향기』, 보이스사, 1979). 교회가 대형화되기 훨씬 전에 수도원적 가치에 주목하고 한국 개신교에 수도생활의 전통과 그 뿌리를 소개했던 엄 목사는 독신생활과 순결을 무엇보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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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열 떼제공동체 수사
2023.11.15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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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제에 있는 동광원 분원을 다녀왔다. 한국 최초의 자생적 개신교 수도회인 ‘동광원’의 설립자 이현필(1913~1964) 선생이 임종하고 묻힌 계명산 골짜기. 벽제 분원장 박공순 수녀는 2017년 87세로 세상을 떠났다. 한때 60명의 수도자들이 살아 ‘수녀골’로 불리던 이 계곡에 아직 두 사람이 남아서 농사 지으며 살고 있다. 일제강점기 때부터 기독청년회(YMCA) 총무를 했던 현동완(1899~1963) 선생은 동광원과 가까웠다. 수도 생활을 동경했던 그가 자신의 기도처를 만든 곳이 이 벽제의 산골이었다. 현 선생의 기도처를 구경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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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열 떼제공동체 수사
2023.11.08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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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두섭 목사(1919~2016)는 함흥 출신으로 평양신학교에서 2년 공부하고 남쪽으로 와서 장로회신학교를 졸업했다. 그는 교회의 유구한 전통인 수도생활이 개신교회에서 사라진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개신교에 수도생활을 소개하고 꾸준히 그 필요와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국 교회에서 수도원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없거나 극히 피상적이던 시절, 현실 교회의 부패와 타락에 절망한 그는 수도단체를 찾아갔고 수도생활의 역사와 의미를 공부했다. 엄 목사는 환갑을 맞은 1979년에 『수도생활의 향기』라는 8백 쪽가량의 책을 펴냈다. 이 책의 서문에서
신한열 수사의 바람 바람 바람(Wind Spirit Hope)
신한열 떼제공동체 수사
2023.10.25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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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개신교 연합의 공동체 분과에 소속된 수도 공동체는 10여 개로, 많지 않으나 그 형태는 아주 다양하다. 독신 수도자들이 서약하고 일정한 규칙 아래 공동생활을 하는 곳이 있고 ‘깨어있는 이들의 형제회’처럼 영성운동을 하는 곳도 있다. 앞의 형태는 수많은 가톨릭 수도회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교회 생활이 채워주지 못하는 영적 목마름과 공동체 생활에 대한 갈망이 있었기에 개신교 안에서 수도 생활의 길이 열렸다. 19세기 후반에 시작된 몇몇 디아코니아 자매회는 가톨릭 수녀회처럼 성장 발전하지는 않았지만, 개신교회 안에서 뚜렷한
신한열 수사의 바람 바람 바람(Wind Spirit Hope)
신한열 떼제공동체 수사
2023.10.11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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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가 급속히 세속화하는 가운데 수도 생활에 대한 새로운 관심과 물음이 생겨났다. 프랑스의 경우 루터교와 개혁교회 전통의 개신교 안에서 그랬다. 한국 개신교에서도 최근 교회의 위기와 함께 수도원에 주목하는 사람이 생겨났다. 개신교에 결핍된 무언가를 수도원에서 찾으려는 시도라 할 수 있겠다. 흔히 종교개혁이라 부르는 16세기의 개신교 개혁은 독신 수도 공동체 생활을 철저히 내버렸다. 그렇지만 19세기와 20세기 수도 생활의 부흥과 복구에는 개신교 배경의 수도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유럽의 여러 개신교회가 독신 수도 생활을 바라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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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열 떼제공동체 수사
2023.10.04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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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척자들은 일본에서 사 온 중고 요트를 수리하고 손질하여 요나스 웨일(Jonahs Whale)이라 이름 지었다. 배 이름은 성경의 요나 예언자와 큰 물고기(고래) 이야기를 연상시킨다. 니느웨 사람들은 요나의 경고를 듣고 회개하였다. 훗날 예수님은 “이 세대가 표징을 구하지만, 이 세대는 요나의 표징 밖에는 아무 표징도 받지 못할 것이다.”(누가 11:29) 하시며 한탄하고 질책하셨다. 우리 시대는 표징조차도 구하지 않는 것 같다. 막강한 자본과 권력은 평화에 관심이 없거나 ‘힘의 우위에 의한 평화’만을 이야기하고 송강호 같은 평화
신한열 수사의 바람 바람 바람(Wind Spirit Hope)
신한열 떼제공동체 수사
2023.09.26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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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사키 평화기행에서 돌아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제주도로 갔다. 제2회 아시아 청년평화학교에 참석하고 ‘개척자들’의 송강호 박사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후쿠오카 동아시아 평화센터가 2019년 오키나와에 이어서 두 번째로 개최한 청년평화학교에는 한국과 일본, 홍콩의 대학생 18명이 참석했다. 4년 전 참가자가 8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규모가 커진 것이다. 장로교(통합) 총회의 파송 선교사로 후쿠오카에서 동아시아평화센터를 이끄는 황남덕 목사 부부가 올해는 평화운동 단체인 ‘개척자들’의 협력을 받아 서귀포시 강정 마을에서 열게 되었다. 두
신한열 수사의 바람 바람 바람(Wind Spirit Hope)
신한열 떼제공동체 수사
2023.09.20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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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원폭 투하일에 히로시마와 나카사키에서 거행되는 기념행사는, 역사상 가장 강력한 무기의 파괴력과 살상을 경험한 장소에서 인류가 한마음으로 평화를 염원한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그런데 전쟁을 일으켜 수많은 사람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겨준 일본이 그 자리에서 시종일관 ‘피해자 코스프레’하는 것을 볼 때 한국인들의 심정은 좀 복잡하다. 히로시마 기념식에 참석하고 나가사키에서 우리 일행과 합류한 친구도 그것이 못내 불편하더라고 했다. 나가사키의 기념식에서도 일본의 전쟁 책임을 명백히 인정하는 발언이 없어 조금 놀랐다. 누구나 자신이 당
신한열 수사의 바람 바람 바람(Wind Spirit Hope)
신한열 떼제공동체 수사
2023.09.06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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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9일 11시 2분. 사이렌이 울리고 나가사키시 전체가 멈추어 묵념하는 순간 우리는 우라카미 성당 안에 있었다. 그보다 먼저, 성가대가 레퀴엠을 부르는 동안 주교들과 사제들이 이미 입장해서 자리를 잡고 5분 남짓 침묵 속에 기다리는 동안 성당 밖에서는 확성기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마도 78년 전 원폭 투하를 상기시키는 것 같았다. 내가 와 있는 이 지역이 한순간에 잿더미가 되고 수만 명이 희생되었다는 것을 생각했다. 미사 후에는 시애틀과 뉴멕시코의 산타페에서 온 미국인 대주교 두 사람이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의 일본인 대주교 두
신한열 수사의 바람 바람 바람(Wind Spirit Hope)
신한열 떼제공동체 수사
2023.08.30 1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