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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두 달 전 대사 임명 관련해 일련의 불편한 이슈가 일어나기 전까지 ‘호주(Commonwealth of Australia)’는 우리나라와 연관 검색어로 다루어지는 사례가 그다지 많지 않았던 나라 중 하나다. 그저 ‘호주’ 하면 대체로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혹은 캥거루를 연상하는 정도였다. 21세기 들어서면서는, 아시안게임에서 마주치는 백인 스포츠팀을 떠올리는 이들도 있다. 그런데 호주의 정치 시스템 중에 흥미로운 것이 하나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투표의무제다. 호주에서는 정당한 사유 없이 선거일에 투표하지 않으면 벌금을 부과
한나 아렌트 다정한 정치이론
이인미 성공회대학교 신학연구원 연구교수
2024.04.22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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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무엇인지 물어보면, 대부분 기술적 혹은 기능적 특성을 설명하면서 AI가 무엇인지 정의 내리고 대답한다. 그런데 겉으로 드러나는 AI의 기술적, 기능적 특성을 파악하기 이전에,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AI라는 기술 내면에 깃들어 있는 테크놀로지 자체의 특성을 파악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는 과학의 무한 발전 속도를 체감하면서 이공계 분야만이 강조되는 작금의 21세기 첨단과학시대일수록 과학이라는 개념 자체를 시작한 인문학적 조명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사실과도 일맥상통한다. 이런 조명이 왜 중요한지 생각
AI시대의 신앙인
김동환 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 교수
2024.04.09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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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동인가? 혁명입니다! 삼일절이 지났다. 1919년 3월 1일에 서울 종로 파고다공원에서 시작되어, 한반도는 물론이거니와 위로는 만주, 아래로는 제주까지 들불 번지듯 번져나갔던 ‘그 사건’을 기념하는 날이 삼일절이다. 그런데 그 사건을 두고 일본인과 친일파는 ‘폭동, 폭거, 내란’ 등의 이름으로 호명했다. 반면, 그 사건에 대해 수십 년간 상하이 임시정부가 꾸준히 사용한 공식명칭은 ‘삼일(3·1)대혁명’이었다. 일제시대 독립운동가와 한국인 대다수가 그 사건을 서슴지 않고 ‘삼일대혁명’으로 지칭하는 시대 정서를 그대로 따랐던 것이다.
한나 아렌트 다정한 정치이론
이인미 성공회대학교 신학연구원 연구교수
2024.04.02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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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같은 첨단 기술은 컴퓨터, 자동차, 핸드폰 등 우리 일상에 직접 활용되는 매개체를 통해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고, 손으로 만져지기에, 우리는 겉으로 드러나는 기술의 기능과 성능에만 주된 관심을 기울이며, 이에 대한 논의에서도 기술의 가시적인 측면에만 집중한다. 그러는 가운데 우리가 늘 감지하지 못하고 놓치고 있는 것은 애초에 각 기술 배후에 놓여있는 테크놀로지 자체의 특성이다. 21세기에 들어서며 AI를 비롯하여 나노기술, 로보틱스, 메타버스 등 다양한 첨단 기술들이, 마치 동물 서커스에서 사자, 원숭이, 앵무새가 각기 독
AI시대의 신앙인
김동환 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 교수
2024.03.18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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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가 반드시 사과에서 시작되는 건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제75회 프랑스 칸 영화제 때 이른바 ‘아이유 어깨빵’ 사건이 일어났었다. 프랑스 뷰티 인플루언서 ‘마리아 트래블(Maria Travel)’이라는 여성이 레드카펫 행사 때 아이유의 어깨를 밀치고 지나가는 장면이 발단이 되었다. 이 사건은 인종차별 논란으로까지 번질 조짐을 보였는데, 트래블은 인스타그램에 꽤 신속히 사과 메시지를 올렸다. 그리고 명색이 뷰티 인플루언서답게 아이유에게 “사과의 의미로 메이크업을 해드리겠다”라고 제안했다. 곧바로 아이유 팬들에게서 부정적
한나 아렌트 다정한 정치이론
이인미 성공회대학교 신학연구원 연구교수
2024.03.11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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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에 신뢰의 문제에 대해 논의할 때 빠질 수 없는 기본적인 이슈가 있다. 탑승한 차량의 운전을 AI에게 맡기는 신뢰 상황이 발생하는 자율주행차 이슈이다. 자율주행차 이슈의 신뢰도를 다루기 위해서는 이전 글에서 간단히 살펴본 자율주행차의 AI 기술 수준 단계를 우선 좀 더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자율주행차의 기술 수준 단계는 국제자동차기술자협회(SAE International)에서 분류한 단계가 2016년부터 국제 기준으로 통용되고 있다. 분류상 낮은 단계부터 높은 단계까지 총 여섯 가지인데, 가장 낮은 단계는 0단계로서
AI시대의 신앙인
김동환 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 교수
2024.03.04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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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쥐 일곱 마리의 코끼리 연구 이야기 한 토막 들려드리겠다. 머릿속에서만 개설·진행되는 ‘사고실험(Thought Experiment)’의 일종이다. 눈먼 쥐 일곱 마리가 있다. 이들은 코끼리 연구를 위해 지금 막 회의를 시작한 참이다. 이 회의가 열리기 전에 눈먼 쥐 일곱 마리는 저마다 코끼리의 몸에 기어 올라가 촉각을 통해 코끼리가 어떻게 생겼는지 조사했다. 빨강 쥐가 “코끼리는 날카로운 창과 같습니다”라고 의견을 내자, 노랑 쥐가 벌떡 일어나 “당신을 틀렸습니다. 코끼리는 펄럭거리는 두꺼운 깃발과 같거든요”라고 반박했다. 그
한나 아렌트 다정한 정치이론
이인미 성공회대학교 신학연구원 연구교수
2024.02.27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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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로 가천대 길병원은 2016년에 IBM사의 AI 암 치료 프로그램인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를 도입하여 인공지능암센터를 운영하였다. 2016년 12월 자 한 주간 신문 기사에 의하면 대장암 3기 진단을 받고 길병원에서 복강경 수술을 받았던 환자가 재발 방지를 위해 항암 치료가 필요했기에 인공지능암센터를 찾았다. 의료진은 환자의 나이, 몸무게, 실행한 치료법, 전신 생체 지표, 암 관련 혈액검사, 유전자검사 결과, 조직검사 결과 등을 왓슨 시스템에 입력하였다. 그러자 불과 7초 만에 왓슨은
AI시대의 신앙인
김동환 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 교수
2024.02.13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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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공개한다: “푸바오야,행복해야 돼” 푸바오는 에버랜드에서 태어난 자이언트 판다의 이름이다. 푸바오는 유명하다. 푸바오를 구경하러 에버랜드를 찾는 사람들도 많지만, 유튜브(뿌빠TV)를 통해 푸바오를 시청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푸바오 영상에서 대부분의 경우 푸바오는 인간처럼 묘사된다. 두 사육사는 푸바오에겐 ‘할부지(할아버지),’ 푸바오의 부모에겐 ‘아부지(아버지)’다. 그리고 푸바오 사육에 직접 관여하지는 않지만 푸바오 에버랜드 관람객들과 푸바오 영상 열혈 시청자들은 일괄로 이모·삼촌으로 통칭된다. 졸지에 푸바오를 중심에
한나 아렌트 다정한 정치이론
이인미 성공회대학교 신학연구원 연구교수
2024.02.05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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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우리 삶에 깊숙이 침투해 있다는 것은 이제 너무나 자명한 사실이 되었다. 예로서 쉽게 들 수 있는 AI 기반 일상용품은 내비게이션이다. 출발지부터 목적지까지의 최상의 경로를 계획하고, 실시간 도로 상황에 맞추어 경로를 변경하기도 하며, 사람 같은 음성으로 자상히 설명해 주는 등 기능 대부분에서 AI가 활약하고 있는 기기이다. 너무 친숙하기에 당연한 것 같지만 그런 기능 하나하나를 짚어나가다 보면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에서 내비게이션이 실제 차량에 장착되기 시작한 것은 1997년부터였다. 필자가 운전면허를 따서 처음
AI시대의 신앙인
김동환 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 교수
2024.01.29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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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도록 우스운 노동 찰리 채플린(Charlie Chaplin)의 걸작 영화 《모던 타임즈(Modern Times)》의 앞부분은 가난한 노동자 ‘떠돌이(the Tramp)’가 공장에서 좌충우돌 노동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큰 웃음을 유발한다. 작업대(컨베이어 벨트)가 쉴 새 없이 빠르게 회전하는 공장에서 떠돌이가 단순노동을 감당하는 동안 겪는 예기치 못한 여러 사건사고에서 웃음이 터진다. 작업대의 속도를 잘 따라잡지 못하는 떠돌이의 어설픈 행동이 우습다. 할당된 작업에서 실수를 거듭하는 떠돌이의 노동이 우습다. 떠돌이는 작업대에 실
한나 아렌트 다정한 정치이론
이인미 성공회대학교 신학연구원 연구교수
2024.01.22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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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갑진년(甲辰年)을 살아가는 대한민국 사람 중 ‘AI(인공지능)’라는 단어가 무척 새롭거나 어색하게 느껴지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일상에서 가전제품 광고를 비롯해 온갖 방송매체에서 너, 나 할 것 없이 경쟁적으로 AI를 말하고 있다. 그래서 AI가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은 있어도 AI라는 단어 자체를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우리는 분명 현대 과학기술 문명 속에서 소위 ‘AI 시대’를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AI를 여기저기서 떠들어대니 AI 시대를 살아가고
AI시대의 신앙인
김동환 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 교수
2024.01.1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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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과 제자의 다정한 대화 1955년 아렌트는 책 한 권 분량의 원고를 탈고한 직후, 원고 제목을 ‘세계사랑(아모르 문디, Amor Mundi, Love of the World)’으로 붙인 다음 꽤나 의기양양해져서, 박사학위 지도교수 카를 야스퍼스(Karl Jaspers)에게 편지를 썼다(편지 번호 169). 제자의 편지를 받은 야스퍼스는 의기양양한 제자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읽어주며 “좋은 제목이군요”라고 호응했다(편지 번호 170). 첫 번째 정치이론서를 집필한 아렌트도, 아렌트의 지도교수 야스퍼스도 책 제목으로 ‘세계사랑’이라
한나 아렌트 다정한 정치이론
이인미 성공회대학교 신학연구원 연구교수
2024.01.04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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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으로 다가가기 ‘사회적 영성’은 또 하나의 새로운 영성이 아니라, 우리 시대의 표징 중 하나인 ‘사회 없는 사회’의 고통에 응답하며 참여하는 영성의 새로운 표현이다. 사회적 영성의 핵심은 고통받는 자의 곁으로 다가가 함께 아파하며 연대하는 것이다. 그것은 그리스도인의 ‘사회적 실천(social practice)’이지만, 또한 ‘영적 수행(spiritual practice)’이기도 하다. 우리는 고통의 현장에서 하느님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홀로코스트 생존자로서 자전적 소설 『밤』, 『새벽』, 『낮』 삼부작으로 세계적 명성을
세상속에서세상을넘어:사회적영성이야기
정경일 성공회대학교 신학연구원 연구교수
2023.12.20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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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머튼의 식별 : ‘할렘’과 ‘겟세마니’ 사이에서 1941년 가을, 토머스 머튼은 인생의 두 갈래 길 앞에 서 있었다. 하나는 뉴욕 할렘에서 차별받는 흑인들과 함께하는 〈우정의 집(Friendship House)〉에서 활동가로 살아가는 길이었고, 다른 하나는 켄터키주 루이빌에 있는 트라피스트회 겟세마니 수도원에서 수도자로 살아가는 길이었다. 머튼은 그의 자서전 『칠층산』에서 할렘의 〈우정의 집〉 경험과 겟세마니를 선택하게 된 과정을 진솔하게 기술한다. 황폐한 세계에서 의미와 목적 없이 사는 것에 지쳐 있던 머튼에게 할렘과 겟세
세상속에서세상을넘어:사회적영성이야기
정경일 성공회대학교 신학연구원 연구교수
2023.12.06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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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챙김 : 특별하지 않으면서 특별한 마음챙김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마음챙김이란 지금 이 순간, 즉 일상에서 경험하는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존 카밧진은 “마음챙김이란 깨어 있음을 뜻한다. 현재 당신이 하고 있는 일을 안다는 뜻이다.”라고 한다. 누구나 지금 이 순간 자기가 하는 일을 알아차리며 살아갈 능력을 갖고 있다. 다만 끝없이 우리의 주의를 분산시키는 내적, 외적 자극에 자동적으로 반응하느라 마음챙김 능력을 망각하고 사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마음챙김은 특별한 것이기도 하다. 왜냐면 마음챙김 상
세상속에서세상을넘어:사회적영성이야기
정경일 성공회대학교 신학연구원 연구교수
2023.11.15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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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챙김 혁명’ ‘마음챙김(mindfulness)’은 흔히 불교 고유의 수행법으로 여겨져 왔지만, 오늘날엔 종교의 경계를 넘어, 종교와 세속의 경계를 넘어 경험되는 탈경계적, 탈종교적 영성 현상이 되고 있다. 마음챙김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2014년 1월 23일 자 『타임』지는 “마음챙김 혁명(The Mindful Revolution)”이라는 문구를 표지에 크게 넣기도 했다. ‘혁명’으로 불러도 될 만큼 마음챙김이 세계를 변화시키고 있다는 신호였다. 마음챙김이란 무엇일까? 사실 마음 개념이 모호한 만큼 마음챙김 개념도 모호하
세상속에서세상을넘어:사회적영성이야기
정경일 성공회대학교 신학연구원 연구교수
2023.10.25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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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 : 이해에서 수행으로 사회적 영성에 대해 강의하거나 대화하다 보면 자주 받는 물음이 하나 있다. “어떻게 수행해야 하는가?” 이 물음 자체가 영성의 속성과 목적을 말해 준다. 영성은 이해에서 그치지 않고 수행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영성에 대한 해박하고 심오한 지식을 갖는다고 해서 마음과 삶이 변화되고 평화로워지는 것은 아니다. 아는 것을 직접 수행해야 인격이 바뀌고 삶이 달라진다. 영성의 바른 이해는 영성의 바른 수행과 함께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사회적 영성 수행법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사회적 영성을 지향하는
세상속에서세상을넘어:사회적영성이야기
정경일 성공회대학교 신학연구원 연구교수
2023.10.04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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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시인을 보냈어야 해”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의 영화 《콘택트》(1997)에서 앨리 애로웨이(조디 포스터)는 순간 이동 장치를 통해 외계 생명체와 접촉한다. 앨리가 외계인과 접촉한 시간은 18시간이었다. 그런데 지구의 관측자들이 본 것은 앨리가 순간 이동 장치에서 수직으로 뚝 떨어지는 찰나의 모습이었을 뿐이다. 앨리가 외계에서 촬영해 온 비디오 기록 장치에는 영상은 보이지 않고 소음만 지지직거린다. 분명히 체험은 있었는데 그것을 입증할 길이 없다. 그나마 있는 소리도 이해할 수 없는 소음으로만 들린다. 앨리도 신비 앞에서 언어
세상속에서세상을넘어:사회적영성이야기
정경일 성공회대학교 신학연구원 연구교수
2023.09.20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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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원의 밤 고요하다. 이 글을 쓰고 있는 곳,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의 밤이다. 지난해도 이맘때 와서 사흘 동안 지내며 ‘성무일도(聖務日禱, Officium Divinum; 매일 정해진 시간에 하느님을 찬미하는 교회의 공적이고 공통적인 기도)’를 했는데, 준비 중인 불교-그리스도교 대화 관련 일 때문이긴 하지만, 올해도 이틀 일정으로 머물며 틈틈이 기도와 명상 시간을 갖고 있는 중이다. 금요일 밤, ‘끝기도(Compline)’ 시간에 들었던 수도자의 강복(降福)에 마음이 평화로워진다. “전능하시고 자비하신 천주 성부와 성자와 성
세상속에서세상을넘어:사회적영성이야기
정경일 성공회대학교 신학연구원 연구교수
2023.08.30 1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