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권의 책이 우리를 다른 존재로 만들 수 있을까? 읽고, 읽었음에도 우리의 모습은 기대와는 달리 텍스트와 현실 사이에서 방황과 좌절을 반복하기에 급급하다. 『패트릭과 함께 읽기』(후마니타스)의 저자인 대만계 미국인 미셸 쿠오는 하버드 대학을 졸업한 후 미국에서도 가장 가난한 지역으로 손꼽히는 남부 헬레나로 들어가 소위 ‘문제아’들을 모아 놓은 대안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기로 한다. 흑인운동의 역사적 뿌리를 가진 지역에서, 흑인 문학을 통해 학생들을 바꿔보겠다는 포부로. 하지만 열악한 환경에서 자란 흑인 학생들에게 문학을 통해 배우는
별별독자別別讀者
김성수 호모북커스 대표
2022.07.26 20:33
-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한번 생각해보라. 당신이 학교에서 우리를 볼 수 없다면, 그것은 학교가 우리의 입학을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신이 일터에서 우리를 볼 수 없다면, 그것은 우리가 물리적으로 그곳에 접근할 수 없거나 고용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니면 버스나 기차와 같은 대중교통 수단이 접근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식당이나 극장에서도 우리는 같은 이유로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당신은 일상생활에서 우리를 어디에서 보았는가?”(p.154) 2001년 한 중증 장애인이 엘리베이터가 없던 오이도 지하철역
별별독자別別讀者
김성수 호모북커스 대표
2022.04.22 09:03
-
“나는 반 고흐나 디킨스와 대화의 시간을 갖습니다. 말하자면 나는 늘 내 책갈피로 이용하는 우편엽서의 복제 그림을 보거나 내 오래된 책 어느 한 권의 밑줄 친 문장들을 읽습니다. 그것으로 힘을 얻어 아침, 저녁나절을 견뎠습니다.”(『고백』, 도로시 데이, 복있는사람, 2010) 2021년 한 해를 마감하며, 수년 전 독서공동체 호모북커스가 힘겨운 때를 지나고 있을 무렵을 떠올려 봅니다. 어느 호모북커스 저자와의 만남 행사 후, 후원금이 담긴 봉투와 함께 남겨진 이름 모를 벗님의 짧은 격려의 문장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호모북커스!
별별독자別別讀者
김성수 대표 /호모북커스
2021.12.20 10:15
-
“책을 사 모으는 데 열중한다면 언젠가는 핍박받는 날이 옵니다. 혼자 산다면 그럴 일이 없겠지만 함께 사는 가족이 있다면 책과 애서가는 어느 날 공공의 적이 되기도 하죠.”(조경국, 『책 정리하는 법』, 유유) 세상엔 알게 모르게 장서가가 참 많다. 얼마 전 즐겨보는 TV프로그램 중 EBS에 소개된 집의 주인공, 40년차 법의학자 윤창륙(67)씨의 서재는 탄성을 자아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이 집 지하 1층에는 층고 4.5미터의 엄청난 서재가 있다. 그야말로 서림(書林), 책의 숲이다. 윤창륙 씨는 어떤 일을 시작할
별별독자別別讀者
김성수 대표 /호모북커스
2021.11.17 10:29
-
“인상 깊은 문장을 쓰는 것이 마음을 들키는 결정적인 방법이라는 것 말이다. 마음의 맨살이 드러나게 된다.”(서현숙, 『소년을 읽다』(사계절),p.112) 기독교 중심의 중세시대, 교육과 문화의 중심지였던 수도원에서 왕과 귀족의 후원 속 수도사들의 주요 임무 중 하나는 한 권의 책을 여러 권으로 ‘베껴 쓰는 일’, 필사(筆寫)였다. 빛도 제대로 들지 않는 어두운 방에서 수도사들이 시력을 잃어가며 평생 필사에 매달렸다고 한다. 인쇄술이 발달하지 않았기에 당시 성서를 널리 보급할 유일한 수단 또한 필사였다. 인쇄술의 발달로 대량출판이
별별독자別別讀者
김성수 /호모북커스 대표
2021.10.06 09:25
-
“난민들은 숫자가 아닙니다. 그들은 얼굴을 지니고, 이름이 있고, 삶의 이야기가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인간으로 대우받아야만 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미국이 아프간 철수를 선언한 이후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하는 난민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AP>등 외신은 이미 아프간을 떠난 난민이 20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했다. 3,800만 아프간 인구의 5.3%에 달하는 숫자다. 난민(Refugee)은 강제 이주의 여러 유형 중에서도 가장 비참하다. 자기 의지와는 아무런 상관없이 별안간 고향을 떠나 낯선 곳을 떠돌거나 새 보
별별독자別別讀者
김성수 대표 /호모북커스
2021.09.27 14:43
-
독일이 신성로마제국의 파편같은 도시국가들로 엉겨 있던 1840년, 베를린 북서쪽 약 180km 거리의 옛 한자동맹 무역 도시 잘츠베델(Salzwedel)에 작은 서점이 문을 열었다. 1871년 보불전쟁에서 갓 돌아온 하인리히 바이헤(1846~?)란 청년이 그 서점 건물을 사들여 2층은 살림집으로, 1층에는 호두나무빛 책장과 진열대를 다시 놓고 ‘H. 바이헤 서점’이란 새 간판을 걸었다. 거기서 아들을 낳고 손녀를 보았고, 아들 발터(Walter)와, 손녀(Helga)가 차례로 서점을 물려받았다. 그 만 180년 세월 동안 독일은 비
별별독자別別讀者
김성수 /호모북커스 대표
2021.09.01 09:37
-
코로나19 팬데믹은 삶의 자전축을 뒤흔들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세는 현재 4차 대유행이 진행 중이고, 확진자 숫자도 2021년 7월 현재 1천 명을 넘나들고 있다. 이런 상황 가운데 이제 여름휴가 시즌이 시작된다. 이제 휴가와 여행패턴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모든 가치관은 ‘안전’을 최우선시한다. 해외여행은 엄두를 못내고 국내 덜 알려진 장소를 찾아가는 ‘언택트’(비대면) 여행이 확대됐다. 올 여름휴가는 마스크를 쓴 채 보내야 할 형편이다. 그렇다고 마냥 집에만 앉아 있을 수는 없는 노릇. 안전한 휴가와 여행에 대한 고민은 커진다
별별독자別別讀者
김성수•호모북커스 대표
2021.07.28 11:07
-
“앞서 소개했던 많은 작은 책방들이 지금 팔고 있는 건 책 한 권이 아니라 바로 이런 이데올로기다. 우리들의 추천도서 코너는 그래서 핵심이다. 우리는 대형 베스트셀러, 자본주의에 헌신하는 인간형을 만들기 위한 자기계발서를 팔지 않는다. 대신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삶을 향한 생태 가치를 담은 책,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질문하게 하는 마음 불편한 책, 함께 살기 위해 자신을 내려놓는 법을 가르치는 책을 판다.”(백창화, 김병록,『작은 책방, 우리 책 쫌 팝니다!』남해의봄날, 2015) “나는 ‘베스트셀러’를 읽지도 않고 사지도
별별독자別別讀者
김성수•호모북커스 대표
2021.06.30 09:40
-
지난 10대, 20대를 돌아보면 가능한 책을 ‘빨리’, ‘많이’ 읽으려 애쓰던 시절이 있었다. 주변에 책을 많이 읽는다는 사람들이 제일 부러웠다. 돌아보면 우습지만 다양한 속독법을 익히려 애쓰던 시절도 있었다. 지난 5월 5일 화창했던 어린이날 오후, 호모북커스 한옥공유서재를 찾은 세 사람의 독자들과 함께 이런저런 책 이야기를 나누던 가운데 한 독자의 질문, “대표님, 이 책들 모두 몇 권이죠?” “서촌 호모북커스 한옥공유서재가 보유한 장서는 약 2,500여 권입니다.” 이어진 질문, “음, 생각보다 권수가 얼마 안 되네요? 그럼,
별별독자別別讀者
김성수•호모북커스 대표
2021.06.01 08:40
-
“이웃의 얼굴은 신의 음성이 들리는 세계다!”(레비나스) “우리를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추상적인 관념이 아니라 우리가 매일매일 다른 사람들로부터 받는 대접이다.”(김현경, 『사람, 장소, 환대』, 문학과지성사) 셰익스피어 탄생 400주년이던 1964년 문을 연 파리의 서점, 에 들어서면 전면에 걸려있는 글귀가 있다. “낯선 사람을 냉대하지 말라, 그들은 변장한 천사일지 모르므로 Be not inhospitable to stranger lest they be angels in disguise.” 단순히 책을
별별독자別別讀者
김성수•호모북커스 대표
2021.04.26 14: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