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윤리실천운동, ‘코로나19와 한국교회 연속토론회’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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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을 맞으면 “빌게이츠의 노예”가 된다는 인터콥 대표 최바울 선교사의 음모론은 온 국민에게 기독교의 반지성적 민낯을 드러냈다. 비단 인터콥만의 문제가 아니다. 여러 교회에서 코로나19와 관련된 가짜뉴스나 음모론을 생성해 방역에 혼란을 일으켜 국민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교회에서 나오는 가짜뉴스와 음모론의 경우, 잘못된 종말론 이해가 그 원인인 경우가 많다. 한국교회에 잘못된 종말론 교리가 만연하다는 문제의식은 예전부터 있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그 심각성이 드러났다. 한국교회의 잘못된 종말론 신앙을 돌아보고, 건강한 종말론 신앙을 모색한다.

지난 4월 19일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하 기윤실)은 ‘빗나간 종말론에 근거한 열정, 현실에 뿌리박지 못한 신앙’을 주제로 온라인 토론회를 진행했다. 기윤실은 성경과 정통적 기독교 신앙을 기본이념으로 복음에 합당한 윤리적 삶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 신뢰받는 교회, 정의로운 사회를 목표로 1987년에 설립된 시민단체다.

토론회는 ‘코로나가 드러낸 교회와 신앙의 민낯’을 주제로 총 4번에 걸쳐 진행됐다. 코로나19로 인해 드러난 한국교회의 반지성적이고 반사회적인 모습, 잘못된 종말론 교리와 세속적 욕망 등을 성찰했다. 잘못된 종말론을 주제로 진행된 이번 토론회는 강성호(안양일심교회, 고려신학대학원 기독교 윤리학 외래교수) 목사와 조주희(성암교회, 기윤실 공동대표) 목사의 발제로 진행됐다.

   한국교회의 잘못된 종말론 이해

   ‘잘못된 종말론은 한국교회와 사회에 어떠한 해악을 끼치고 있는가?’라는 제목의 주제 발표를 통해 강성호 목사는 한국교회의 전반적인 종말론 이해를 비판적으로 검토했다. 강 목사는 먼저 백신 음모론으로 화제를 모은 인터콥의 종말론을 언급하며, “인터콥은 극단적인 세대주의 종말론을 따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강 목사는 “인터콥의 ‘Back To Jerusalem’(백투예루살렘) 운동이 인터콥의 극단적 세대주의 종말론을 가장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백투예루살렘 운동은 예루살렘에서 시작된 복음이 유럽, 아메리카, 아시아에 전파된 뒤 중동 이슬람권을 거쳐 다시 예루살렘으로 돌아오면 예수님이 재림할 것이라는 사상에 기반하고 있다. 강 목사는 “선교에 헌신한 인터콥의 열정은 존중받아야 마땅하나, 그들의 선교에 대한 열정이 그들의 잘못된 성경해석과 종말론 이해까지 정당화시킬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강 목사는 “종말론에 대한 잘못된 이해를 특정 단체의 잘못으로 제한할 수 없다.”며, 한국교회 전반에 잘못된 종말론 이해가 깔렸음을 지적했다. 그 유래로 1910년에 열린 에딘버러 세계선교사대회를 꼽았다. 이 대회는 한국교회 뿐 아니라 전 세계 선교운동에 큰 영향을 끼친 선교대회로, 주제로 삼은 ‘이 세대 안에 세계복음화’는 예수님의 재림이 임박해 이방인에게 긴급히 복음을 전해야 한다고 보는 ‘전천년주의 종말론’적 특징을 담고 있다.

   강 목사는 “우리 세대 안에 세계복음화를 이루어 예수님의 재림을 앞당기겠다는 생각은 하나님의 주권에 대한 바른 이해에서 벗어난다.”며, “온 세상에 복음이 전파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와 방식으로 이루어질지 알 수 없고, 재림의 시기를 특정할 수 없다.”고 전천년주의 종말론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강 목사는 “임박한 재림 때문에 선교 명령만을 절대적으로 여겨 우리 주변의 이웃과 한국사회의 중요한 문제들을 무시해버리는 일이 일어났다.”며, 코로나19 시대에 이웃의 아픔에 충분히 공감하지 못한 한국교회의 모습을 성찰했다. 이어서 “한국교회가 잘못된 종말론과 성경해석에서 벗어나 예수님의 사랑과 성품을 본받고, 하나님 나라의 백성에 합당한 덕과 성품을 형성시키기를 바란다.”며, 교회가 세상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수행할 것을 요청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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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종말론 이해가 코로나19 대응에 미친 영향

   조주희 목사는 ‘종말론 해석이 코로나 정국에서 한국교회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세대주의 종말론이 어떻게 한국교회의 코로나19 대응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설명했다. 조 목사 역시 세대주의적 종말론 해석이 특정 집단이나 교단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교회에 일반화된 문제라는 점을 짚으며, 세대주의 종말론의 특징을 밝혔다.

   세대주의 종말론은 재림의 전조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갖는다. 특별히 코로나19와 같이 격변적인 변화를 재림의 전조와 연결시키는 경우가 많다. 조 목사는 “그 동안 한국교회는 급격한 변화 현상을 거의 다 재림의 전조라고 해석해왔다.”며, “재림의 전조를 분명하게 해석해주는 강의나 유튜브에 대한 관심이 많고, 그런 해석을 강조하는 목회자와 선교단체를 따르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재림의 전조가 되는 사건의 배후에는 적그리스도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세대주의 종말론의 특징이다. 성경을 문자적으로 해석한 결과, 적그리스도가 나타나야 비로소 예수의 재림이 가능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인터콥이 빌게이츠를 적그리스도로 지목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한국교회도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예배를 드리지 못하게 하는 방역당국을 적대세력으로 지목해 방역지침을 따르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방역지침을 잘 따르는 교회들을 오히려 신실하지 않은 교회로 여기는 모습도 나타난다. 이 역시 심판의 대상자를 정의하려는 세대주의적 종말론의 특징과 관련이 있다. ‘저렇게 믿어서는 들림 못받아.’, ‘이렇게 믿는 사람들만 들림 받을 수 있어.’라는 식이다. 조 목사는 “코로나에 대적하는 것이 신앙의 진수이며 대면예배를 드리는 교회가 진짜 교회라는 식의 주장은 비대면 예배 속에서 신앙을 지키려는 사람들의 노력을 폄하하고, 한국교회를 분리시키는 일”이라고 우려했다.

   교회와 세상을 이분법적으로 바라보는 특징도 있다. 교회 안에 속한 것이 구원의 분명한 표식이라고 생각해 교회 밖의 사람들을 구원에 대해 무지한 사람들이라고 정의한다. 코로나19는 재림의 전조이기에 방역의 문제가 아니고 구원의 문제라고 생각해 방역 전문가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는 일이 발생한다. 조 목사는 “교회가 세상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이 가치가 있더라도 구원에 대해 무지한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해 무시하거나 듣지 말아야 할 이야기로 여기기도 한다.”며, 교회가 세상과 소통 하지 않는 점을 지적했다.

   코로나19로 인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한국의 많은 교회들을 위해서도 소통은 필요하다. 조 목사는 “방역당국이 교회에 지나친 잣대를 들이대는 것 같다고 여겨지는 부분도 있다.”며, “그러나 이것은 영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이고 구조적인 문제이며, 정부와 교회의 소통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정부가 교회를 핍박한다는 단순한 논리를 멈추고, 정부의 노력이 이웃과 교회를 도울 수 있는 건강한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교회가 지혜를 공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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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한 신학을 바탕으로 한 종말론 운동이 일어나야

   조 목사는 이번 코로나19 상황이 종말론에 대한 해석을 바로잡을 수 있는 중요한 시기라며, 건강한 종말론 해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건강한 종말론 해석은 건강한 신학을 토대로 이뤄진다. 조 목사는 신학이 신앙의 토대가 된다는 점을 밝히며, 한국교회가 사회적으로 지탄받아온 이유로 “건강한 신학의 부재로 인한 무리하고 왜곡된 성경해석”을 꼽았다.

   한국교회의 성도들에게는 여전히 ‘신학’이라는 단어가 친숙하지 않다. 조 목사는 “그동안 한국교회가 신학을 목회자와 신학도의 전유물로 여기고, 성도들이 신학적 이해를 갖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던 것 같다”며, “성도들에게 건강한 신학을 가르쳐, 평신도를 중심으로 한 건강한 신학운동이 교회에서 일어나야 한다.”고 제언했다.

   건강한 신학운동은 건강한 종말론 운동으로도 연결된다. 건강한 종말론의 특징은 자기 신앙에 엄격하다는 것이다. 조 목사는 “주를 향하여 이 소망을 가진 자마다 그의 깨끗하심과 같이 자기를 깨끗하게 하느니라.”는 요한1서 3장 3절을 건강한 종말론의 핵심으로 제시하며, “건강한 종말론은 세상이나 남의 신앙이 아니라, 자기 신앙에 더 엄격하기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양과 염소를 구분하는 주체는 예수 그리스도 한 분”이시니 남의 신앙을 재단하지 말고, 자기 신앙을 돌아봐야 한다는 이야기다.

   건강한 종말론의 핵심은 이웃사랑이다. 조 목사는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들이 방역에 협조적이지 않은 한국 교회에 대한 원망이 클 것”이라며, 한국교회가 소상공인의 좌절감을 키운 것에 대해 반성했다. 이어서 “한국교회는 하나님 사랑과 이웃사랑 중 하나님 사랑에는 성공한 듯 보이지만, 이웃사랑에 실패하면 하나님 사랑도 성공하지 못한 것”이라며, “코로나가 그리스도 심판의 전조라 할지라도 재림 때까지 그리스도인들이 지향해야 하는 것은 바로 이웃사랑”이라고 강조했다.

   발제를 마무리하며 조 목사는 “세상과 함께 지혜롭게 코로나를 극복하는데 교회가 영향력을 끼치고 지혜를 공급하는 공동체로 자리매김했으면 좋겠다.”며, “이 정국이 한국교회 신앙과 신학을 건강하게 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희망을 본다.”고 말했다.

   한국교회가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비난을 받고 있지만, 이 위기를 기회로 어려움을 겪는 이웃들에게 사랑을 실천하는 삶을 통해 건강한 종말론적 신앙을 보여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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