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순흥 전주 희년교회 은퇴목사

 

   강순흥 목사는 지난 해 40년의 목회 사역을 마치고 65세에 조기 은퇴를 선언했다. 40년 가운데 절반은 미국에서 사역했고, 12년 전에 전주 희년교회의 청빙을 받고 귀국하여 한국교회를 섬겼다. 은퇴한 이후에 벌어진 10·29 이태원 참사에 대한 신학적 성찰과 목회적 제언에 대하여 강순흥 목사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10·29에 안타까운 참사가 일어났습니다. 이에 대한 목사님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우선 무고하게 희생당한 희생자들의 영혼에 주님의 위로하심과 평강을 기원합니다. 아울러 여전히 슬픔에 쌓여 애통해하는 유가족들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아름다워야 할 10월의 마지막 주일은 온 국민이 애통함과 비통함으로 채워진 날이었습니다. 저는 10월 30일 주일 전날 서울 이태원에서 발생한 핼러윈데이 참사는 단순히 우매한 사건이 아니라 한국교회를 향한 하나님의 엄중한 경고라고 믿고 있습니다. 선진국이라고 자처하던 이 나라에서 한 순간에 그것도 158명이 압사를 당하고, 부상자가 196명이라니요. 이번 이태원 사고는 단순한 후진국형 사고가 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에서든 일어날 수 있는 재난입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런 사고에 대한 인식과 지금 현 세태에 대한 영적 자각 능력입니다. 저는 이번 사건을 단순한 인재로 여겨 애도하고 유가족들을 보상해주고 끝날 것이 아니라, 하나님 백성들이, 특별히 한국교회의 지도자들이 각성하고 회개하는 기회가 되어서 다시금 신앙과 교회의 본질을 회복하는 중요한 계기로 삼기를 바랍니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제가 미국에서 목회를 마치고 귀국하여 보니 한국교회는 이미 대형화에 대한 꿈에 취해 있었고, 그 이면에는 세속화라는 검은 영의 그림자가 깊게 드리워져 있었으며, 세상과 다를 바 없는 물질 만능의 유혹 한 가운데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세속주의와 높아져 가는 교회 빌딩이 성공이란 이름으로 포장되어 있었습니다. 

   그런 사이 젊은이들은 서서히 교회를 등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세속 문화에 빠져 들어가고 있지만 정작 한국교회는 이들을 보듬고 들어올 공간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여전히 기성교회가 세워놓은 도그마에 청년들을 가두려고만 하니 이들이 교회에 들어올 리가 없습니다. 심지어 일부 편협한 목회자들은 교인들을 참된 그리스도인으로 양육하는 것이 아니라 편협하고 옹졸한 자신들만의 교회에 출석하는 종교인으로 훈련시키고 있습니다. 

   나아가 세상에서 방황하는 젊은 영혼들을 향하여 세속주의에 물든 버려진 영혼이라 치부하고, 다른 종교를 갖는 사람들은 이단시합니다. 한국교회는 세상을 전혀 품지 못하고 그저 교회 다니는 성도들을 순종이라는 도구로 길들여 가고 있습니다. 그러니 세상은 여전히 교회를 자신들과 전혀 상관이 없는 종교 단체로 간주하더라는 말입니다. 

 

   구체적으로 하나님의 어떤 경고라고 생각하시는지요?  

   핼러윈데이의 전통문화는 귀신놀이의 풍습입니다. 그래서 정통 미국교회에서는 이를 그대로 따르지 않습니다. 다른 형태의 문화로 변형하여 실시합니다. 

   이민 목회를 하던 저도 핼러윈데이를 무시할 수는 없어서 방관하지 않고 새로운 형태로 변형해서 시도한 적이 있습니다. 체육관 시설이 겸비된 커다란 복합 친교 문화센터에 청소년들을 초청하여 미리 재미있는 놀이와 게임을 준비해서 세상 문화에 빠지지 않도록 초청합니다. 그런데 한국교회에는 이런 세상문화를 적극 포용하고 대처할 만한 자세나 프로그램이 전혀 없습니다. 아예 이런 행사는 마귀문화라고 무시하든지, 이런 일에 참가하는 아이들을 세속에 빠진 영혼이라고 정죄를 합니다. 그래서 호기심에 다녀온 청소년들은 죄인이 되기 십상이고, 그러다 보니 아예 교회를 떠나게 됩니다. 새로운 영적 비전을 청년들에게 구체적으로 세워주지 못하고 있기에 세상문화에 수많은 젊은 영혼들이 갈 바를 알지 못하고 빠져들고 있습니다. 하여 저는 이 사건이 결코 우연이 아닌 한국교회를 향한 주님의 경고라 믿는 것입니다. 

   팬데믹의 코로나 현상이 한국교회를 쇠퇴하게 만든 게 아닙니다. 도리어 정작 더욱 커다란 문제는 우상을 섬기는 지도자들을 선택한 일입니다. 무당과 무속에 빠져가는 한국 사회와 정치 지도자에 대하여 한국교회는 전혀 대책이나 대비를 하기는커녕 방관 내지는 일조하였기에 분명 “나 외에 다른 신을 두지 말라”고 선포하신 하나님의 최고 명령에 정면으로 반역한 셈입니다. 그런데 재를 뒤집어쓰고 자복하고 회개하기는커녕 여전히 부흥의 꿈만 꾸면서 옛 구습으로 되돌아가고 있으니 하나님은 결코 이 한국교회를 그냥 두시지 않을 것입니다. 이런 한국교회에 대한 경고가 이번 참사에 담겨있습니다. 지금의 질고와 어려운 시련이 도리어 정금처럼 다시 빚어질 때 한국교회는 평양에서 일어난 대부흥의 시기를 다시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의 질고와 시련은 차세대에 더욱 엄청난 고난과 역경을 남겨주게 됩니다. 그리고 유럽교회와 같은 쇠락기를 겪게 될 것입니다. 이번 이태원 참사가 주는 고통과 아픔을 한국교회가 외면하지 않고 겸손히 받아들여 새로운 영적 비전으로 전환하는 기회가 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주님의 경고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한국교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요? 

   제가 너무 비관적으로 보았는지 모르겠지만 저의 주관적인 영적 각성으로 얻은 성경적 판단입니다. 그리고 그 대안으로 다음 몇 가지를 한국교회에 제안하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첫째, 우선 한국교회의 영적 변화입니다. 한국교회가 하루 속히 세속적 가치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성경의 본질인 세상을 향한 주님의 따뜻한 복음과 세상을 덮고도 남는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둘째, 한국교회의 가장 고질적인 병폐인 율법주의에서 벗어나는 일입니다. 지금도 수많은 교회들이 싸우는 가장 큰 이유는 서로가 자신들은 의롭고 상대방은 틀렸다고 생각하는 이중구조 때문입니다. 한국교회의 최우선 경계 대상은 율법주의자들입니다. 지금도 주님은 이들을 질타하고 계심을 간과하면 안됩니다. 

   셋째, 차세대를 향한 투자와 비전을 갖춘 젊은 지도자들의 양육입니다. 세상에서 갈 곳 없는 청년들이 교회로 다시 모여들도록 공간과 선교비를 이곳에 배정해야 합니다. 성장하는 미국 교회의 새로운 트렌드는 세상 깊은 곳에 들어가 복음을 선포하고 실천하는 교회입니다. 그리고 젊은 영적 지도자들은 기성교회 목회자들을 흉내 내어 성공적인 목사가 되려고 사역하지 말고, 세상 청년들과 함께 울고, 함께 웃으면서 크리스천 공동체를 꿈꾸는 비전이 있어야 합니다. 

   넷째, 신학교육의 중요성입니다. 젊은 신학도들에게 비전과 꿈, 그리고 세상을 향해 얼마든지 포용하고 품을 수 있는 영적 지도자를 훈련시키고 그 꿈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신학교 교수님들이 먼저 그런 꿈과 비전을 품고 있어야 합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새 시대에 맞는 벤쳐기업의 정신으로 세상을 향해 도전하도록 신학교육을 항공모함처럼 갖추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더 하시고 싶은 말씀은요? 

   저를 포함하여 수많은 교회 지도자들이 이번 이태원에서 발생한 핼러윈데이 참사가 단순한 비극으로 마무리 되기를 원하지 않을 것입니다. 어쩌면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애도 기간을 지나면서 한국교회 뿐만 아니라 정치 지도자, 사회 지도자들도 반성하는 기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이들에 앞서 한국교회가 이번 사건을 통해 통회하고 자복하면서 다시 새롭게 변화되어 세상을 보듬고 상처받고 소외되어가는 영혼들을 위로하고 회복해주는 영적 기관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기도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리더십에 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시도해야 합니다. 작금의 한국교회 리더십의 가장 치명적인 오류가 두 가지라고 봅니다. 하나는 율법주의요, 다른 하나는 권위주의입니다. 저를 포함하여 한국교회 지도자들이 이 두 가지 함정에서 벗어나 교회와 신앙의 본질에 충실하여 하나님 나라를 세워가야 할 때라고 봅니다. 그 때 한국교회는 지금의 역경을 이겨내고 다시금 한국 사회를 이끌어갈 수 있는 건강한 신앙의 공동체를 이뤄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한국교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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