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기본소득포럼’ 창립기념포럼

 

   대선을 앞두고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기본소득이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모든 개인에게 조건 없이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소득”을 의미한다. 기독교에서도 자본주의의 양극화를 문제 삼고, 대안으로 기본소득을 제시하는 이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기본소득의 실현으로 공정한 분배를 지향하는 기독교기본소득포럼(상임공동대표 강경민·양순철·허태수)이 지난 11월 17일 대한성공회 서울대성당 프란시스홀에서 창립기념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는 1부 창립기념식과 2부 창립기념 포럼으로 진행되었다. 1부에서 기독교기본소득포럼은 “기본소득은 하나님의 창조세계와 인류가 쌓아온 자산에 대한 모든 인간의 동등한 권리를 요구하는 것으로, 기울어진 시장에 맡겨진 채 정치적으로 조종되는 생존 현실을 거부한다”며, “기본소득을 사회에 요구함과 함께 교회공동체에서 먼저 실천할 것”이라고 창립선언문을 낭독했다. 2부에서는 ‘기본소득이 있는 복지국가 이해’라는 주제로 백승호(가톨릭대학교) 교수가, ‘하나님의 공의와 기본소득’이라는 주제로 차정식(한일장신대학교) 교수가 발제를 진행했다.

 

   불평등 완화 위해 ‘독점’에서 ‘공유’로 나아가야

   백승호(가톨릭대학교,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교수는 한국이 복지국가로 나아가기 위해 해결해야 할 첫 번째 문제로 ‘불평등의 심화’를 꼽았다.

   불평등의 심화를 알 수 있는 첫 번째 지표는 ‘분위별 소득점유율’의 변화다. 2021년 세계불평등데이터베이스(World Inequality Database)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상위 1%의 소득 점유율은 1980년 9.5%에서 2020년 15%로, 상위 10% 소득 점유율은 33%에서 46%로 증가”했다.  

   두 번째 지표는 토지불평등이다. 토지+자유연구소(소장 남기업)가 2021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에서 토지를 소유한 상위 10%가 전체 토지가액의 약 70%를 점유”하고 있다. 한국의 토지불평등이 얼마나 심각한 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세 번째 지표는 지식 자본의 독점이다. 백 교수는 “플랫폼 자본주의에서 R&D나 소프트웨어 자본과 같이 지식을 기반으로 하는 ‘지식재산생산자본(Intellectual Property Products, IPP)’이 지식 자본을 독점해 불평등을 심화시킨다”며, “소프트웨어와 같은 지식 자산에 대한 투자가 증가할수록 노동자가 가져가는 몫은 줄어든다”고 지적했다. 

   1960년대 미국에서 소위 ‘잘 나가는’ 기업은 자동차회사 GM이 고용한 노동자는 대략 60만 명에 이른다. 반면, 현재 미국에서 잘 나가는 기업인 애플과 페이스북이 고용한 노동자는 각각 12만, 2만 5천 명 정도에 불과하다.

   불평등 심화에 대한 해결책으로 백 교수는 “공유부 배당의 정의 실현”이라는 기본소득론의 대안을 소개했다. 공유부란 “현재의 소유관계와 무관하게 원래 모두의 것에서 나온 수익 혹은 누구의 기여라고 확정할 수 없는 것으로부터의 수익”을 의미한다. 

   공유부의 종류에는 토지, 경제활동을 통한 소득, 빅데이터 등이 있다. 토지의 경우, “토지에 대한 권리가 모든 사람에 있다”는 점에서 토지보유세를 부과해야 하고, 소득의 경우 “경제활동을 통해 소득을 벌기 위해서는 이미 축적된 사회적 지식과 유산을 활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시민소득세를 부과해야 하며, 빅데이터의 경우 “애초에 공유자산인 빅데이터를 이윤축적의 중요한 자원으로 활용하는 기업 중에 정부의 R&D 투자 등 시민들의 세금을 보조금으로 받고 있는 기업이 있다”는 점에서 공유지분권을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소득론의 입장이다.

   백 교수는 “세금은 국가가 공적 사무에 필요한 재정을 조달할 목적으로 과세 대상자에게 강제적으로 부과하는 금전 급부”라는 기존의 인식에서 “자신의 노력과 무관하게 획득한 공유부를 사회에 환원하여 공동체 유지를 위해 사용하는 것”으로 인식이 전환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 백승호 교수
◇ 백승호 교수

 

   복지 사각지대, 기본소득이 해결책 될 수 있어

   복지국가로 나아가기 위해 해결해야 할 두 번째 문제는 복지 사각지대를 메우는 것이다. 백 교수는 생활고로 인해 세 모녀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송파 세 모녀 사건’, 20대 아들이 생활고로 인해 아픈 아버지를 방치해 죽게 만든 ‘간병 살인 사건’을 언급하며, “우리나라의 공공부조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공공부조가 작동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자산조사를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공공부조는 가난한 이들에게 접근성이 떨어진다”며, “가난한 사람이 공공부조를 받기 위해서는 일을 할 능력이 없다는 것과 나를 부양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 또한 내가 건강하지 않다는 것을 검증해야 하는데, 이 절차가 까다롭다 보니 수급 신청을 하지 않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고 밝혔다. 

   백 교수는 “자산조사에 기반한 공공부조가 장기적으로 인권에 기반한 기본소득으로 전환되어야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며, “자산조사에 기반한 공공부조가 지배적인 국가보다는 포괄적 사회보험, 보편적 사회서비스, 보편적 소득보장이 지배적인 복지국가에서 성공적으로 가난함을 줄여 왔다는 것은 이미 많은 서구 복지국가에서 확인되었다”고 강조했다. 

   소득에 비례하여 혜택을 제공하는 사회보험제도도 문제다. 백 교수는 “소득이 불안정한 플랫폼노동자, 프리랜서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가 갈수록 늘고 있는데, 이들의 경우 급여가 낮아 보험료를 적게 내기 때문에 돌려받는 보험 급여도 적다”며, “우리나라 사회보험은 격차를 줄이기보다 고착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도 기본소득은 도움을 준다. 기본소득을 받게 되면, 자연스럽게 사회보험에 대한 기여도가 커지게 되고, 사회보험에 대한 기여도가 커지면 보험 급여도 오르기 때문이다. 

 

   기본소득이 생태적 전환의 촉매제 될 수 있어

   복지국가로 나아가기 위해 해결해야 할 세 번째 문제는 탄소중립의 실현이다. 백 교수는 “2030년까지의 탄소중립 실현은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급격한 패러다임 전환이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녹색 전환 과정에서는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산업과 그러한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고통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백 교수는 “화석연료의 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탄소세 도입 및 탄소세율을 지속적으로 높여야한다”면서, “탄소세의 도입 및 확대는 에너지 가격을 인상시키고, 이는 탄소세에 대한 조세저항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러한 조세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본소득론은 “탄소세 재원을 기본소득으로 분배하기”를 제안한다.

   기본 소득은 “환경파괴적인 활동들을 줄이고 환경에 영향을 덜 주는 활동들을 촉진하는데”에도 도움이 된다. 백 교수는 “적정수준의 기본소득은 탄소 기반 성장 패러다임에서 생태적 전환, 새로운 성장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 가능한 사회적 조건을 위한 촉매제로 작동할 것”이라며, 탄소중립을 실현하는데 있어 기본소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발제를 마무리하며 백 교수는 “기본소득이 만능이 아님은 기본소득론자들도 지속적으로 언급해왔다”며, “어떤 기본소득을 어떻게 도입할지, 기존의 제도들과 어떻게 조응할지, 기본소득이 있는 복지국가 체제가 필요하다면 단계적 시간 로드맵은 어떻게 구성할지, 그 과정에서 기존 복지제도들의 개혁과는 어떻게 결합할지 등에 대한 생산적 논의들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기독교기본소득포럼은 향후 기본소득을 위한 폭넓은 연대를 구하고, 기본소득을 촉구하는 사회운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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