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철 대표 『희망 제작소 래그랜느』

 

   탤런트 오윤아 씨는 자폐로 진단받은 아들이 있다. 어느 프로그램에서 14살 아들이 ‘엄마’하는 소리에 눈물을 흘렸다. 전 세계적으로 1%의 인구가 자폐증 환자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아동의 발병률은 2.6%로 세계 평균보다 높다. 우리 주변에서 생각보다 자주 볼 수 있는 질환 중 하나가 바로 ‘자폐’이다. 자폐증은 의사소통의 어려움과 제한적이고 반복적인 행동을 특징으로 하는 발달 장애의 일종이다. 자폐장애인은 특수학교를 졸업한 후엔 갈 곳이 없다. 그중 작업장이 가장 이상적인 진로다. 그러나 그 수가 턱없이 부족한데다 아무나 들어갈 수 없다.“저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부모가 없는 세상에서도 아들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꿈이요. 행복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그저 아침에 출근해서 저녁까지 일할 수 있는 일터가 있고, 일을 마친 후 친구들과 함께 생활 할 수 있는 공간에서 색소폰을 불고 그림도 그리며 취미생활을 하는 것, 이것이 전부입니다. 내가 이 세상을 떠나기 전 아들이 행복을 누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남기철대표) 자폐아들을 둔 아버지의 애타는 심정으로 자폐장애인 보호작업장을 세워 운영해 나가고 있다. 지난 10일, 발달장애아 부모이자 장애인 보호작업장 래그랜느를 11년간 이어온 남기철 대표를 전화로 만났다.

   뜻도 어감도 예쁜 ‘래그랜느’ 

   “래그랜느는 ‘LES GRAINES’는 ‘씨앗들’이라는 뜻의 불어입니다. 래그랜느는 2010년 5월 31일에 모든 이의 우려를 한 몸에 받으며 작업장 문을 열었습니다. 개업예배에서 목사님을 통해 주신 ‘울며 씨를 뿌리러 나가는 자는 반드시 기쁨으로 그 곡식 단을 가지고 돌아오리로다.’는 말씀 아래 작업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  래그랜느보호작업장.
ⓒ 래그랜느보호작업장.

 

   첫 시작, 규제로 가로막힌 길

   “맨 처음 보호작업장을 세우려고 할 때 큰 문제가 시설 개보수였습니다. 자폐성 장애인들은 신체적으로 전혀 제한이 없는데 이 작업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지체장애인시설부터 맹인시설, 청각장애인시설까지 해야 심지어 아기들이 쓸 수 있는 시설까지 갖추어야 합니다. 그러니까 우리 자폐 장애인들을 위해 투자해야 할 돈이 전부 이런 곳에 쓰였어요. 그것은 십이 년 동안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규제는 종합복지관 같은 모든 장애를 아우르는 곳에 맞아요. 우리처럼 개인작업장에 적용하는 것은 맞지 않아요”  

   “일반 사람들도 일을 안 하면 어떻게 될까요? 사회에서도 도태되고 정신도 육체도 점점 퇴화됩니다. 특히 장애를 가진 친구들이 일없이 집에만 있게 되면 자폐증이 더 악화됩니다. 그리고 실제로 래그랜느의 청년들을 보면 일을 하면서 집중력도 키워지고 체력도 좋아지고 협동심도 생기고 좋은 점은 너무나 많습니다. 저는 일을 통해서 좋아지는 것이 다른 어떤 것보다 발전 속도가 빠르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작업치료’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작업치료는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특별활동이 아니라 생존활동입니다. 강남에서 개인보호작업장은 래그랜느가 유일합니다. 장애인 개인보호작업장이 많이 생겼으면 하는 바램으로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보호작업장 운영에 관심 있으신 분들에게 책도 나누어 드리고 있습니다.”

ⓒ 두번 째 작업장-볼펜작업
ⓒ 두번 째 작업장-볼펜작업

 

   코로나 상황 중에도 자란다

   “래그랜느는 쿠키와 와플 종류를 만드는 작업장과 이를 판매하는 카페, 두 부문으로 나뉘어있어요. 코로나 이후 주 업무인 제과제빵 작업을 못 하게 되었어요. 그렇다고 마냥 손 놓고 있을 순 없었죠. 그들을 데리고 농장 일을 하기 시작했어요. 이 기회로 받기만 한다는 생각을 탈피하기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았어요. 코로나 최전선에서 싸우기 위해 애쓰시는 의료진들과 임시검사소 등에 우리 아이들이 만든 쿠키를 전달하기도 하고, 노인시설에 우리가 만든 빵과 쿠키를 전달하면서 악기 연주가 가능한 친구들을 앞에 세워 위문 공연을 하기도 했고, 삼성의료원 소아암 병동에도 매년 크리스마스, 어린이날에 꾸준히 쿠키도 기증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2년 차 2020년 6월 1일, 래그랜느 건물 5층에 두 번째 작업장을 열었다. 대만 유명 업체 부품을 받아 직원들이 조립, 인쇄, 포장해서 판매하려 한다. 주 업무인 제과 제빵 분야에 비수기가 많다는 문제사항을 보완하고, 단 한 명이라도 사회의 일원이 되게 하고픈 마음에서 연 작업장이다. 일하고 싶다는 마음 하나만 있으면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작업장이 되길 소망하는 남기철 대표는 지금도 울며 씨를 뿌리러 나간다. “울며 씨를 뿌리러 나가는 자는 반드시 기쁨으로 그 곡식 단을 가지고 돌아오리로다.”(시 126:6) 

문의 02)445-0919 래그랜느보호작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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