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기독교신학포럼, 3차 정기포럼

   산불, 홍수, 폭염 등 가속화하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 각국이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있다. ‘2050 탄소중립’이란 탄소 배출을 최대한 줄이고, 남은 탄소는 흡수해 2050년까지 탄소 순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도 지난 7월 그린뉴딜 분야에 ‘2050 탄소중립’이라는 신설 과제를 추가했고, 지난 8월에는 대통령직속기구인 탄소중립위원회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발표했다. 기후위기 대응에 동참하고자 개신교 목회자·신학자·기관이 모여 출범한 ‘기후위기 기독교신학포럼’은 정부가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의 내용을 검토하고, 국내외 탄소중립 과제를 의논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지난 9월 10일 ‘기후위기 기독교신학포럼’(공동대표 강성영·김정욱)은 3차 정기포럼 및 제2회 지구시민상 시상식을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장공관에서 열었다. 이번 행사는 코로나19 방역지침에 따라 발표자만 현장에서 모이고, 청중은 온라인으로 참여했다. 포럼의 주제는 ‘한국판 그린뉴딜 및 탄소중립 이행현황’으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작성에 참여한 이창훈(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박사가 발제를 맡았다.  

© 생활ESG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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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50 탄소중립’ 위해 선진국이 기후정의 실현해야

   이 박사는 ‘2050 탄소중립’이라는 전 지구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선진국이 기후정의를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후정의란 기후변화에 모든 국가가 동일한 책임을 지고 있으나, 주요 선진국들이 기후변화에 더 적극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박사는 먼저 ‘2050 탄소중립’이라는 목표가 나오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유엔 산하 국제 협의체인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가 2018년 발표한 ‘1.5℃ 보고서’에 따르면, 인류가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지구 온도를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상 초과하지 않도록 억제해야 한다. 1.5℃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2050년까지 탄소 순 배출량을 0으로 만들자는 국제적 합의가 이뤄지며 ‘2050 탄소중립’이라는 목표가 설정된 것.      

   이 박사는 “탄소배출량을 배분하는데 있어 원칙을 세워 공정하게 배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기후변화협약(UNFCCC)이 제시한 세 가지 원칙을 소개했다. 첫째는 ‘형평’의 원칙으로, “모든 국가는 온실가스 감축과 지구보호에 동일한 책임을 진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에 모든 국가가 예외 없이 동참해야 한다는 것.   

   둘째는 ‘책임’의 원칙인데, 여기서 책임은 ‘차별화된 책임’을 말한다. 이산화탄소는 한번 배출하면 100년 이상을 대기에 머물기에, 지난 100년 동안 이산화탄소를 대량으로 배출한 선진국들이 현재 온난화에 더 적극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 박사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온난화의 책임을 따지기 위해서는 과거 누적 배출량을 계산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과거에 얼마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는지에 따라 지구온난화에 대한 역사적 책임이 다르다”고 말했다. 

   셋째는 ‘역량’의 원칙으로, 국민소득, 1인당 GDP, 소득분포 등 국가적 역량에 따라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국가가 기후변화 대응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 이 박사는 “두 번째와 세 번째 원칙은 결국 선진국이 그동안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했고, 감축할 여력도 있으니 더 많이 감축하라는 이야기”라며, 선진국이 기후정의 실현에 앞장설 것을 요청했다. 

   더불어 “지금 미국, 일본, 유럽 등의 선진국이 모두 ‘2050 탄소중립’을 한다고 계획을 내놓고 있는데, 이런 식이면 ‘2050 탄소중립’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며,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부분의 선진국이 책임의식을 갖고 2040년 이전에 탄소중립을 실현해야 전 지구적 ‘2050 탄소중립’이라는 목표에 다다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이창훈 박사, © 생활ESG행동
◇ 이창훈 박사, © 생활ESG행동

 

   에너지 관련 탄소 절감과 개개인의 행동변화 필요해   

   이 박사는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국내 탄소중립이 어떻게 이행되는지를 설명했다. 이 박사는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30년 뒤에 탄소중립 사회가 된다고 했을 때, 각각 부문별로 이산화탄소가 어떻게 배출되고, 에너지는 어떻게 사용되고, 온실가스는 어떤 방법으로 제거되는 지를 그려보는 하나의 미래상”이라며,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어떤 정책이 필요하고, 사람, 사회, 경제 구조는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를 포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우리나라 온실가스의 87%가 화석연료 에너지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배출이 된다”며,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에너지전환이 필수불가결하다”고 밝혔다. 에너지전환의 핵심은 에너지 사용량을 최대한 줄이고, 에너지 공급원을 재생 에너지로 바꾸는 것이다. 그런데 태양광과 풍력과 같은 재생 에너지가 생산해내는 것이 주로 전기 에너지이므로, 에너지의 수요를 전기로 바꾸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자동차나 냉난방에 사용하는 화석 연료를 전기 에너지로 전환해야 탄소중립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에너지는 원료로도 사용되는데, 원료를 가공하는 과정에서도 이산화탄소가 대량으로 발생한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원료 산업인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3가지 분야에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는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30% 이상이다. 이 박사는 “단순히 재생에너지로 화석 연료를 대체한다고 탄소중립이 되는 것이 아니고, 원료 가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량의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대책이 필요하다.”며, “가공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줄이려면 새로운 혁신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렵고, 시간이 필요한 문제”라고 밝혔다.  

   이 박사는 “기술로 모든 것을 해결한다는 기술주의적 접근으로는 탄소중립을 실현할 수 없기에, 개개인의 행동변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말한 3가지 원료 산업은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철, 플라스틱, 천 등의 소재를 생산하는 산업이다. 개개인이 자원을 재활용하거나, 소재 자체에 대한 수요를 줄이면 가공 과정에서 생기는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다. 이 박사는 “우리가 자동차 5년 탈 것을 10년 타고, 옷 1년 입을 것을 2년 입으면, 그만큼 철이나 플라스틱 같은 소재 생산을 하지 않기 때문에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며, 이를 ‘순환경제’라고 지칭했다. 이 박사는 “순환경제는 단순히 자원순환(재활용)의 차원을 넘어 자본주의의 대량생산, 대량소비 체제에서 벗어날 것을 요구하는 차원까지 나아갈 수 있는 혁명적인 개념”이라며,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기존 제도의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이상현 교수, © 생활ESG행동
◇ 이상현 교수, © 생활ESG행동

 

   무한성장 신화와 물질주의에서 벗어나야

   토론자로 나선 이상헌(한신대, 녹색전환연구소 소장) 교수는 “‘그린뉴딜’과 ‘탄소중립’이라는 용어는 근본적으로 경제성장에 대한 믿음과 미련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고 비판했다. 그린뉴딜 정책은 ‘뉴딜’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환경산업에 재정을 투자해 경기를 부양하려는 성격이 강하다. 탄소중립 목표인 1.5℃’ 역시 자연과학적으로 도출된 목표가 아니라, 선진국들이 온실가스 감축 비용과 기후위기로 입게 될 피해 비용을 합리적으로 따져보고 합의한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이 교수는 “탄소중립은 배출저감이라는 도전적인 과제에 비해 경제적으로 비용효과적 개념이라는 점에서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수단으로서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성장의 방향만 바꾸면 기후위기가 극복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환경을 이용하려는 자본의 이해관계 때문에 빚어진 것”이라며, “경제성장이 초래한 기후위기가 심각한 상황에서도 성장 자체에 대한 기대와 의존을 지속하는 것은 부조리하다”고 밝혔다. 

   이어서 “무한 경제성장 신화에서 벗어나 지구도 살리고 사회도 살리는 대안적인 번영 패러다임을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화폐 개혁을 주장했다. 이 교수는 “환경운동을 하면서 돈의 위력 앞에 무릎을 꿇을 때가 많았다”며, 화폐가 무한성장을 부추기는 축적의 성격을 버리고 경제를 원활하게 순환시키는 유통의 성격으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축적이 불가능하지만, 소상공인의 경제를 활성화시켰던 재난지원금과 같이 화폐의 성격을 바꾸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에 대해 이창훈 박사는 “탄소중립을 2050년까지 실현하는 것도 어려운데, 선진국 반열에 오른 한국이 책임의식을 갖고 204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려면 정말로 새로운 패러다임과 아이디어가 필요하다”며 이 교수에게 동의하면서도, “화폐나 제도의 문제도 중요하지만 무한성장과 물질주의적 관점에서 벗어나려면 사회적 연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삶의 질을 나타내는 지표인 ‘OECD Better Life Index’에서 우리나라가 최하위인 분야가 2가지인데, 하나는 환경 분야이고, 하나는 사회연결망(Social Network)이다. 이 박사는 “사회연결망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의지할 만한 지인이 있는지, 도움을 받을 사회적 인프라가 잘 구축되었는지를 근거로 측정한다”며, “한국사회는 사회적 연대가 부족해 믿을 수 있는 것이 돈밖에 없게 되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어서 “환경문제를 해결하려면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데, 돈밖에 믿을 것이 없는 물질주의 사회에서는 환경문제에 대한 비용 지불의사가 떨어진다”며,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연대를 강화하려는 고민이 동시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론 이후에는 제2회 지구시민상 시상식이 진행됐다. 지구시민상은 온실가스 감축에 성과를 보인 광역, 지자체 및 공공기관을 선정해 수여하는 상이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울산광역시’와 ‘서천군’,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이 지구시민상을 수상했다. 

   ‘2050 탄소중립’이 실현가능한 목표인지는 미지수다. 풀어야 할 과제가 많기에, 선진국의 차별적 책임 수행은 물론, 전 지구적인 관심과 노력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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