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건강가정지원센터장 신민선 목사

◇ 신민선 목사
◇ 신민선 목사

 

   신민선 목사(64)는 어려운 아이들에게 성경을 가르치며 복지선교를 위해 서울장신대학교에서 신학 공부를 시작했다. 그 이후 25년 동안 사회복지 현장에서 아동, 장애인, 노인, 이혼가정 등을 성심껏 섬기며 사회복지의 길을 걸어왔다. 서울신학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을 졸업하면서, 성결대, 한세대 등 여러 학교에서 겸임교수로 사회복지학을 가르쳤고, 관련 저서와 논문도 펴냈다. 밀알복지재단 소속으로 활동하면서 2014년부터는 강남구건강가정지원센터(이하 센터)를 섬기고 있다. 센터의 미션은 ‘온가족 행복파트너’이며, ‘다양한 가족의 행복과 감동을 선도하는 기관’이 비전이다. 동행하는 기관, 성장하는 기관이라는 핵심 가치를 가지고, 강남구의 22개동, 22만 가구의 54만 명을 대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섬기고 있다. 신민선 목사를 센터 온가족 섬김실에서 만났다. 

 

   처음에 사회복지를 어떻게 하게 되셨나요?

   방위산업체 5년 특례보충역을 하면서, 경북 경주에 있는 보육시설 성애원에서 자원봉사를 한 적이 있다. 성경에 “…너는 그 반석을 치라 그것에서 물이 나오리니 백성이 마시리라…”(출17:6)는 말씀이 있다. 반석에서 물이 난다는 것은 깨끗하고 순수하다는 뜻인데, 이런 의미를 담아서 ‘돌샘회’라는 봉사단체를 만들었다. 돌샘회 멤버들과 성애원(보육원) 아이들을 7~8년 정도 섬겼다. 그때는 성탄 이브 때 새벽송을 돌았는데, 경주시청 통근 버스를 빌려서 성애원 아이들과 경찰서나 교도소에 가서 성탄노래를 불렀다. 거기서 초코파이나 용돈 같은 것을 받으면 모아서 양로원에 가서 나눴다. 20대 초반에 이런 활동을 했는데, 그때의 순수성을 살려서 노후에도 계속 봉사할 수 있으면 하자고 해서 돌샘회는 계속되고 있다. 그때 청년이었던 멤버들의 자녀들도 함께 후원을 하고 있고, 우리 세 자녀도 참여한다. 

 

◇ 건강가정지원센터
◇ 건강가정지원센터

 

   그동안 사회복지 선교 사역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무엇인가요? 

   이곳에 오기 전 대청종합사회복지관에 있었는데, 기장 대청교회에서 후원해 주셔서 장애인 부부들과 제주도 여행 갔을 때가 기억난다. 형편이 안 되어서 신혼여행을 못 간 부부들이었는데, 대부분 제주도 여행이 처음이었다. 참석자 중 농아 부부가 있었는데 수화로 소통하지만, 정말 천진난만하게 너무 좋아하더라. 좋아하는 모습을 볼 때, 이 프로그램 하길 정말 잘했다 싶었고, 크게 보람을 느꼈다. 센터에서는 이혼하기 직전의 부부 상담이 기억에 남는다. 4가정이 결혼하면 1가정은 이혼한다는 시기인데, 그래서인지 요즘은 이혼하기 직전에 상담을 꼭 거쳐야 한다. 어느 날 아이가 둘 있는 부부가 이혼 직전에 나와 각각 센터에서 상담했다. 그들이 상담하면서 마음이 풀려서 이혼을 안 하고, 얼마 전에 셋째를 낳고 데려와서 인사한 적이 있다. 상담 잘 해줘서 너무 고맙다고 하더라. 그럴 때 사역하면서 보람이라기보단 희열이 느껴진다. 

    어떻게 상담하셨길래, 이혼하려던 부부가 마음을 돌이켰나요? 

   내가 한 게 뭐가 있겠나. 상담사들이 많이 애썼다. 나는 단순한 것을 말했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에 나온 것처럼, 남녀가 다르다는 것을 알려주고,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그분들이 다 대학원 나온 고학력자들인데, 모든 것을 내 입장에서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배려하는 상대가 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서로 이해하고 더 친밀해지는 관계가 된 것 같다.  

 

◇ 건지나마켓-실시간
◇ 건지나마켓-실시간

 

   주일 사역은 어떻게 하시나요? 

   지난 2월부터 은퇴 목사님들 교회를 섬기고 있다. 통합측 안양노회 회관에 있는 행복한 교회를 전임자가 12년 넘게 섬겼다. 새로운 목사를 청빙해야 했는데, 노회에서 전도목사나 기관 목사 중에서 청빙하였는데, 내가 은혜로 가게 되었다. 어차피 내가 하는 것이 복지, 섬김 사역이고, 노인복지관 경험도 있어서 자원해서 섬기러 간 것이다. 교인은 72세부터 90세까지 되신 은퇴목사님 부부들로 구성되어 있다.  

   은퇴목사님들만 있는 교회를 섬기는 것이 쉽지 않을텐데, 어떠신가요?  

   은퇴목사님들은 나한테는 2~30년 대선배님들이다. 은퇴 목사님들이 한 주 설교하면, 내가 두 주 한다. 설교하면서 대선배님들께 한 수 배워서 두 수 노력한다고 말씀드린다. 코로나가 빨리 끝나야 야유회도 가고, 재밌게 할 수 있을텐데 아쉽다. 은퇴 목사님들은 평소에 가고 싶지만 혼자서는 못 가는 곳이 많다. 목사님들께 맞춤 서비스를 하려고 노력한다. 아내와 여기저기 가보면서 이곳에 은퇴목사님들 모시고 다시 오면 좋겠다는 말을 많이 한다. 아내와 나는 양가 부모님이 다 돌아가셨는데, 부모님한테 효도 못한 것을 회개하는 심정으로 우리 부모님을 섬기듯 은퇴목사님들을 즐겁게 섬기고 싶다.   

◇ 신민선 목사
◇ 신민선 목사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목사님들이 건강하다가도 은퇴 후 활동을 적게 하다보면, 요새 코스로 노인복지관, 요양원, 요양병원에 가신다. 전에는 거룩한 목사님이었는데, 일반 요양원에서 성도와 목사님들이 둘 다 치매로 같이 있는 것을 보니, 너무 안타깝더라. 요즘은 사모님들이 치매에 많이 걸리시는데, 교인들 보기에도 덕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목회자 부부들만을 위한 작은 요양원(공동생활가정)을 하나 하고 싶다. 대부분의 목사님들이 계시는 수도권에 9명 정도가 공동생활 할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 평생 교회 섬기신 사명이 헛되지 않도록, 성심성의껏 진심으로 섬기고 싶다. 생애 주기별 서비스 차원이다. 개척교회 사모님들이나 일목회(일하는 목회자 모임)에서 함께 하면 좋겠다. 젊은 후배 목사가 선배를 섬기는 특수 선교 플랫폼 역할도 하고 싶다. 내가 후배 목회자이면서 사회복지 전문가로서 목사님들을 끝까지 섬기고 싶다는 소망이 있다. 나는 30여 년 평생 이것만 하면서, 사람 관리하는 데에는 전문가니까. 돌샘회에서 뜻을 같이하여 3년 전부터 후원해서 5천 만원 정도 모였다. 5억 정도면 9인 생활시설을 인수할 수 있을 것이다. 신축하면 돈이 많이 드는데, 인수해서 리모델링하면 초기비용이 줄어들 수 있다. 많은 분이 함께 섬길 수 있으면 좋겠다. 하나님이 역사하시면 이뤄질 수 있다. 

   목회든 인생이든 사람 관리가 어려운데, 노하우가 있으신가요?

   옛날에는 카리스마를 가진 권위형 리더의 시대였지만, 지금은 섬김의 리더 시대다. 부족하지만 이곳 센터에서도 45명의 직원들을 섬기려고 애쓰고 있다. 내가 제일 졸병이고 가장 많이 섬기는 자리라고 여긴다. 센터장인 내가 가장 밑에 있는 조직도를 붙여놨다. 이게 특이해서 방문하신 분들이 사진을 많이 찍어갔다. 실제로 여러 기관장들이 방문했을 때 사진을 찍어가서 여러 곳에서 조직도를 이렇게 바꿨다. 지금은 이게 맞는 것 같다. 요즘 젊은 분들은 지위가 높다는 이유로 상급자의 말을 무조건 듣진 않는다.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한다. 내 사무실 이름도 센터장실이나 관장실이 아니라, ‘온가족 섬김실’로 이름을 바꿨다.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온가족을 섬긴다는 뜻이다. 내가 직원도 섬겨야 하고, 이용자와 후원자도 섬겨야 하니까. 나는 섬김 대장이다. 

   목사님의 섬김 철학이 궁금합니다. 

   상대방에게 맞추는 거다. 내가 죽어야 한다. ‘너 죽고 나 살자’가 아니라, ‘나 죽고 너 살래’여야 한다. 계속 내가 죽어야 상대가 살고, 한걸음 더 나가면 우리가 살게 된다. 상대를 살리고 우리도 살 수 있는 방법은 내가 죽는 것이다. 나만 살려고 하다 보면 상대도 죽는다. 까딱하면 우리도 죽는다. 아직은 잘 모르지만, 그런 것 같다. 그때그때 나한테 주어진 분들을 섬기며 살아왔는데, 지금은 은퇴목사님들을 진심으로 섬기려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독자들과 한국 기독교인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씀은 무엇인가요? 

   머리와 가슴으로는 다 믿는데, 손과 발이 은혜 받았으면 좋겠다. 요즘 기독교인들도 상당수가 고학력자인데, 그만큼 삶의 변화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기독교인이 인구의 3% 미만이었던 옛날에는 기독교인이라면 모두 존경받았다. 지금은 교회 안에서만 교인이지 밖에서 교인이라고 사람들이 인정해주지 않는다. 머리와 가슴으로만 믿는 것이 아니라, 삶의 기독교인이 많아져야 한다. 초대교회로 돌아가는 게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받은 은혜가 손과 발로, 삶으로 나타나면 좋겠다. 의식 예배와 삶의 예배가 같이 두 바퀴로 굴러가야 한다. 히브리서만 믿고, 야고보서는 안 믿는 기독교인들이 많은 것 같다. 안 믿는 사람들이 볼 때, 기독교인들의 삶에 더 감동 받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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