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원규 목사
『나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 건물 소유 대신 공간을 공유하고, 다양한 연대 활동을 벌이는 충무로 공유문화예술공간‘아트스페이스노’에서 주원규 목사를 만났다.
◇ 건물 소유 대신 공간을 공유하고, 다양한 연대 활동을 벌이는 충무로 공유문화예술공간‘아트스페이스노’에서 주원규 목사를 만났다.

 

   주원규 목사는 소설과 드라마 작가이기도 하고, 번역가이기도 하다. 건축 평론도 하고 목회도 한다. 그 와중에 10년 넘게 애정을 갖고 해오는 일은 길 위의 청소년을 보듬는 일이다. 소년원, 쉼터의 십대, 보호관찰을 받고 있는 청소년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번에 펴낸 책에도 그동안 만난 가출 청소년의 현실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아버지의 상습적인 성폭력을 견디다 못해 가출한 고등학생 예지가 주인공이다.

   “희생자이면서 동시에 괴물로 여겨지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어떤 식으로든 기록해야 했습니다. 알고 싶지 않아서 애써 외면했던, 우리가 모르고 지나쳐온 이들의 잔혹사를 살펴야 했습니다. 그래야만 비로소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의 근본을 들여다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였습니다. 가족의 폭력과 학교의 방임, 성차별, 대중의 무관심이 실타래처럼 엉켜 있는 한국 사회의 폐단을 가감 없이 논의하는 시작점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주원규 목사는 이 책을 통해 가출 청소년의 실상을 알리고, 사회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단초를 마련하고 싶었다. 주 목사도 가출과 자퇴를 경험했지만, 사랑으로 기다려 주는 부모님이 있었기에 방황을 끝낼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런데 대부분 가출 청소년의 경우, 부모로부터 오히려 학대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 꼭 친부모나 진짜 가정이 아니더라도 청소년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고 사랑해줄 ‘대안 부모’나 ‘사회적인 가정’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교회가 할 일은 무엇일까. 주원규 목사가 기대하는 21세기 교회는 공간으로서의 플랫폼 기능을 감당하는 교회다. “한국교회는 ‘다음세대가 없다. 다음세대를 키워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저는 교회라는 하드웨어가 정말 좋다고 생각합니다. 교회가 지자체와 협력해 청소년 쉼터를 교회 공간 안에 유치하면 어떨까요. 물론 여러 교회에 제안도 해보았지만, 선뜻 응하는 교회는 없었어요. 알 수 없는 혐오들이 교회 안에 존재합니다. 가출 청소년들을 보듬기보다는 교회가 일단 커지고 건물도 번듯하게 짓고 난 다음 구제와 시혜를 베풀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교회는 소외받고 낮은 사람들이 찾아가는 마지막 보루가 돼야 하는데, 시혜는 베풀지만 함께 어울리고 싶은 마음은 없는 이중적인 경우를 많이 봅니다.”

   주원규 목사는 교회가, 크리스천들이 먼저 변해야 한다고 말한다. “자녀가 있는 부모님들이, 특히 크리스천들이 더 많이 읽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불편하게 다가오는 부분이 있더라도 그게 오늘 우리 시대, 한국 사회라는 동시 공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입니다. 이 사실에 관심을 갖고 청소년들의 고통에 공감하는 것이 변화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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